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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 음모공장' 러시아투데이(RT)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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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 음모공장' 러시아투데이(RT)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아시아·남미·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 주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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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선전 언론 RT가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선전 언론 RT가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에는 24시간 가동하는 푸틴의 '음모공장'이 있다. 바로 국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 언론 러시아투데이(RT)다.

R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쟁에 처참하게 패하고 있으며 그들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매우 위선적이다. 러시아의 저명한 인사들은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에 대해 폭로한다. 서방 국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끔찍한 실상을 폭로한다. RT는 진실을 왜곡해 일종의 자극적인 대체현실을 만든다 RT의 '대체 현실'은 매우 정교하게 꾸며져 실제로 읽어보면 매우 그럴듯한 '진짜' 뉴스 같아 보인다.

전쟁 중에 RT의 스타 리포터인 마리아 피노시나가 다리의 파괴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면서 우크라 군이 '우크라이나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 군이 다리를 파괴한 이유는 러시아군에 병력과 물자 공급을 제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뉴스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편집해서 '잔인하고 비이성적인 우크라이나'라는 대체현실을 만든다. 영국 기자 사라 퍼스는"이게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가의 자금 지원을 받는 RT는 자체 편집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3년 푸틴은 RT가 "절대적으로 독립적"이라고 말했다. RT 부편집장인 안나 벨키나는 RT가 "주류 미디어가 간과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원하는 이야기, 관점, 목소리를 보도한다"고 주장했다.
RT는 2005년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인 미하일 레신과 전직 외교관인 알렉세이 그로모프에 의해 설립됐다. 초기에 RT의 보도는 비교적 정확했다. 그들은 진실을 방영했지만 일부 러시아의 중요한 문제(주로 푸틴에 대한 비판)에 대한 보도를 외면했다. 그러나 2008년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RT는 점점 진실을 왜곡하고 푸틴에게 유리한 '대체 현실'을 말하는 미디어로 변해갔다. 특히 2010년 이후 푸틴이 복귀하면서 미디어는 완전히 독립성을 잃었다.

RT는 2016년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극적인 역할을 했다. RT의 대체 현실과 내러티브는 그대로 Infowars.com같은 언론 사이트에서 재활용됐다. 이러한 정보는 다시 소셜 미디어로 흘러가 보수적인 의견으로 증폭됐다. RT는 다시 이 음모론을 취재해 보도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RT는 원칙에 얽매이지 않았다. RT는 2020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 중 자극적인 것을 골라 보도해 갈등을 유발했으며 선거가 사기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확대해 음모론을 부채질했다.

◇RT가 작동하는 방법


각국 정부의 금지와 유튜브 등 기타 플랫폼의 콘텐츠 차단 결정으로 인해 RT는 이제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는 거의 시청이 불가능 하다. 따라서 RT가 서방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현재 상당히 축소됐다. 그러나 RT는 현재 남미와 아시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뉴스가 보통 소셜 미디어로 제공된다. RT는 자극적인 뉴스와 선전뉴스를 적당히 섞어 시청자에게 보급한다. 이러한 뉴스는 소셜 미디어로 빠르게 퍼진다.

개발도상국들 중 푸틴을 지지하는 국가는 거의 없지만 서방 국가에 대한 경계와 회의론 그리고 경제적 영향으로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고립시키려는 국가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최근 정상회의에서 자국이 중립적이라고 강조하며 "당신의 적이 반드시 나의 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에서 RT는 자유롭게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국가에 보도되는 뉴스는 '신뢰할만한 언론'을 사칭하는 뉴스도 많다. RT는 종종 BBC나 CNN을 사칭해 러시아에 유리한 뉴스를 보도하곤 한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RT등을 이용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다수 국가에 문화적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최근 이들 국가는 러시아 외교의 최우선 순위로 올라왔다. RT의 스페인어 페이스북 계정은 약 17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베네수엘라에서도 많은 팔로워들이 존재한다.

RT는 이들 국가에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견 등을 주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명확한 관련성이 없는 창구에서 수익지향과 선전 사이의 애매한 콘텐츠를 방송해 미디어를 조작하고 있다.

RT가 이들을 러시아와 친구로 만들진 않는다. 그러나 RT는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와 인플레이션 등에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혼란과 의심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