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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장외서도 ‘소리 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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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우크라이나, 장외서도 ‘소리 없는 전쟁’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한 휴양지. 사진=크리미안트래블포털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한 휴양지. 사진=크리미안트래블포털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째를 맞으며 장기화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됐지만 러시아는 당초 목표한 바, 즉 우크라이나를 함락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장에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전장 밖에서도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군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기를 꺼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가 전투 병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장병들이 혹할 만한 특단의 카드를 선보이기 시작한 반면,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상대로 러시아 국민의 입국을 규제하는 방안을 호소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방부 “우크라 전투서 싸운 장병에 크림반도 땅 불하”


3일(이하 현지시간) 야후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매체 러시아 국방부가 러시아군 소속 장병들에게 최근 제시하고 나선 카드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 있는 땅을 공짜로 불하해주겠다는 것.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속하지만 러시아가 지난 2014년 무력 점령한 뒤 주민투표를 거쳐 사실상 합병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영토로 간주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회 안전망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크림반도의 토지를 무료로 불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물론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에 투입돼 공로를 인정받은 경우에 크림반도의 땅을 나눠 주겠다는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의 병력 유지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러시아군 소속 장병들 입장에서 이 카드는 상당히 혹할 만하다.

흑해 북부 연안에 위치해 ‘흑해의 진주’로도 불리는 크림반도는 과거 비잔티움 제국 시절부터 러시아 귀족들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는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이 곳에 별장을 세우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러시아 국민 EU 입국 전면 규제해야”


러시아 측이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선의 군병력 유지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면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군이 아니라 러시아 국민을 겨냥한 외교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드미트리 쿠엘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이 이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쿠엘바 장관은 지난달 31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EU 차원에서 러시아 국민들이 EU 회원국을 여행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EU 회원국들이 관련 조치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EU 차원에서 전면 중단하는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국민의 절대 다수가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라면서 “대량 학살이 수반되는 전쟁을 찬성한 러시아 국민에 대한 입국 규제는 타당한 조치”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쿠엘바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우크라이나 측에 항복해오는 러시아 장병들에 대해서도 서방사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에 대한 배려에도 EU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쿠엘바 장관의 호소는 이날 막을 내린 EU 외교장관 회담에서 100% 수용되지는 않았다.

동유럽과 북유럽의 EU 외교장관들은 쿠엘바 장관의 호소에 지지를 표시했으나 EU의 맹주에 해당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반대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EU 외교장관들은 러시아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대신 러시아 국민이 EU 비자를 발급 받는 것이 까다롭도록 관련 절차를 고치기로 했다. EU 회원국이 러시아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EU 비자 신청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올리는 방식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