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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코로나발 뜻밖의 결과...美 출산율 소폭 증가세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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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코로나발 뜻밖의 결과...美 출산율 소폭 증가세 반전



미국의 신생아 추이. 사진=ABC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신생아 추이. 사진=ABC뉴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가 경제 선진국들이 당면한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일본의 지난해 신생아 수가 123년 만에 80만명 아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초비상이 걸렸고 세자녀 출산까지 허용했음에도 중국의 지난해 신생아도 1000만명 미만을 기록해 지난 1978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중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저출산 위기에 당면한 미국에서는 비록 작지만 반전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1년 신생아, 전년 대비 1% 늘어…출산율 7년 만에 첫 증가


지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신생아 추이. 사진=스태티스타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신생아 추이. 사진=스태티스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의 출산율 추세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이후 미국의 출생아 수는 거의 줄곧 감소세를 보여왔다. 2008년 기준 420만 명대였던 미국의 신생아 수는 꾸준히 줄어든 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 2020년에는 360만 명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국의 출산율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날 발표한 2021년 인구 통계는 이 같은 예상을 비켜갔다. 뜻밖의 반전이 일어난 셈이다.

CDC가 밝힌 2021년 기준 인구 통계의 골자는 출생아 수가 2020년과 비교해 1% 증가해 366만4292명을 기록했다는 것. 2021년 태어난 아이가 2020년보다 5만여 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CDC는 설명했다.

비록 소폭의 증가이나 2008년 이후 대체로 지속돼온 하락세가 처음으로, 엄밀히 말하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CDC에 따르면 인종별로는 차이가 있어 백인 여성과 히스패닉계 여성의 2020년 대비 2021년 출산율은 공히 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흑인 여성과 아시아계 여성의 출산율은 같은 기간 2%씩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5~24세 여성의 출산율은 감소한 데 비해 25~44세 여성의 경우에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15세 여성과 45~59세 여성의 경우는 1년 사이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 코로나 사태, 출산율 변화에 영향 미쳐


CNN에 따르면 미국의 출산율이 이처럼 소폭이나마 반등한 것은 코로나 사태의 여파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출산율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가 2020년 닥치면서 출산율이 워낙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듬해인 2021년 소폭 반등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CNN은 “최근 15년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출산율은 매년 1~2% 범위에서 하락세를 거듭해왔다”면서 “그러던 것이 2020년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2020년에만 무려 4%의 감소율을 기록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2020년 워낙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반등할 여지도 컸다는 뜻이다.

한편, 코로나가 미친 영향이 연령별로 달랐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경제 상황을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앞서 펴낸 보고서에서 “특히 30~34세 여성의 출산율이 증가한 것은 이 연령대에 속한 여성들이 다른 연령에 비해 학력도 높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편이어서 출산에 대한 결정을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부설 인구조사연구소의 사라 헤이퍼드 소장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실직한 여성들, 재택근무를 통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형편에 처한 여성들 같은 경우 출산보다 생계유지가 더 중요한 문제였던 반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오히려 재택근무가 가능해 사무실에 출근하는 부담 없이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출산하는 것이 가능한 여성들 사이에서는 출산율이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