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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월가 고수 3인의 글로벌 경제 위기 긴급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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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월가 고수 3인의 글로벌 경제 위기 긴급 진단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신음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말 한 마디에 전 세계 주식 시장이 출렁거리고 환율이 널뛰기를 한다. 야후파이낸스는 세계 경제가 바야흐로 깊은 경기 침체의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미 연준은 지난 1년 동안 인플레이션과 사투를 벌여왔다. 그 결과 경기 침체를 피해 연착륙할 가능성을 조금씩 보여주었다. 하지만 승리를 선언하려면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짙은 안개 속에서는 노련한 안내자의 말에 따라야 한다. 야후파이낸스는 7일(현지 시간) 각각 헤지펀드, 사모펀드, 뮤추얼펀드에 종사하는 세 명의 고수들에게 향후 5년 또는 10년 이내에 닥칠 각종 위험에 대한 긴급 진단을 요청했다. 이들은 무려 2조 달러(약 245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관리하는 해당 분야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들이다.

KKR &Co의 대차대조표 최고투자책임자 헨리 맥베이, Nuveen의 CIO 사이라 말릭, Karen Bridgewater Associates의 카렌 카니올-탬보 새 CIO 등 세 명의 고수가 각각의 견해를 밝혔다.

◇ 카렌 카니올-탬보 Karen Bridgewater Associates의 CIO


길고 고통스러울 침체의 늪


우리에게 다가올 가장 큰 위험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보다 길고 깊은 경기 침체다. 현재의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경력을 디스인플레이션 기간 동안 쌓았다. 미 중앙은행도 경기 침체를 만나면 곧바로 역전시키는 저력을 보여왔다.

그들은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고 코로나 위기라는 큰 파도를 무사히 넘겼다. 성장은 느렸지만 모두가 견딜 만했다. 지금까지의 불황은 길고 깊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선 항상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중앙은행은 경기가 둔화될 때마다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무릅쓰고 양적 완화를 단행했다.

코로나 사태는 전환점이 됐다. 재정정책 담당자들은 문제 해결에 더 깊이 관여했다. 2008년도 금융위기 때 그랬던 것처럼 많은 돈을 인쇄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강적을 만나게 됐다. 이제 둑은 무너졌다.
정치가들도 이번 경기 침체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그들은 코로나 사태로 새로운 경험을 했고, 대규모 재정 확장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뒤따라온 인플레이션이라는 파도로 인해 더 큰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나는 근본적으로 정치가 개인이나 가계, 환경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복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고, 정치력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한다. 환경 문제가 가장 좋은 예이다.

경제 위기는 탈세계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중국이라는 생산기지로 인해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로 즐거움을 누렸다.

그사이 중국이라는 공급망이 너무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중국을 부드럽게 몰아낼 것인가, 단칼에 잘라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전체 경제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인플레이션 자극 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 헨리 맥베이 KKR&Co.의 최고투자책임자


노동자들은 어디에 있나?


코로나 사태 이후 변화된 가장 큰 위험은 노동에 관한 것이다. 이는 비단 미국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원래의 일자리로 복귀했지만 그 수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미국은 산업 현장 곳곳에서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조차 지난해 실제로 인구 감소를 겪었다. 실직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정부는 더 많은 보조금을 지출해야 한다. 유럽은 근로자 재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지만 미국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독일의 약 1/6, 덴마크의 약 1/20에 그치고 있다. 과거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경제, 최고의 사회는 노동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급여를 보장해줄 때 나타났다.

GDP는 노동력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2000년대 미국의 노동력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현재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미국은 노동력보다 생산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성장 속도는 빠르지 않다.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고, 정부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즉각적인 위험은 포퓰리즘의 등장이 아니다. 우리는 기업의 이익이 국가 GDP를 초과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이 노동 문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국가 GDP와 기업 이익은 역전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노동은 기업의 이익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흑자를 보고 있는 기업이라도 노동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실질 임금이 올라 직원들이 더 많은 식료품을 사고, 교육비를 포함해 가족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임금이 5~6%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기록적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바꾸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고용주들이 생각을 바꿀 기회다.

실질 임금이 긍정적인 지점까지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산업 전반에 걸친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5년 혹은 10년 동안 계속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고용주, 투자자, 직원들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월가 증권 시장의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월가 증권 시장의 모습.


◇ 사이라 말릭 Nuveen의 CIO


기후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나는 기후변화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인류가 취해온 방식을 걱정해 왔다. 실물 자산, 경제 및 인플레이션의 세 가지 주요 영역에 큰 영향을 주는 과제다.

실물 자산이 문제이자 해결책의 일부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다. 농지, 농업 및 부동산은 가장 큰 탄소배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전통 에너지 생산 방식에서 청정 방식으로의 전환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경제는 기후변화의 변동성과 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국가는 탄소배출 감소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자본 지출을 꺼리는 주주들과 기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통적인 에너지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여전히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 가격은 배럴당 60~80달러 범위를 위협하고 있다. 100달러 이상으로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다.

태양열, 풍력,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은 코발트, 구리, 리튬 및 니켈 등이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의 구리 생산량은 약 50% 감소했지만 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로 2035년까지 수요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구리 광산의 발견에서 생산까지는 16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금속 및 석유의 가격 상승은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계속 악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단일 법안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파리 협정 같은 긍정적 요소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미처 준비되지 못한 부문에서의 변화가 함께 요구된다.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농지와 부동산의 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20%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농지는 세계 1위의 고용주이기도 하다. 부동산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건축물의 80%는 2050년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친환경 건물을 짓기보다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건물로의 전환이 더 절실하다.

기업이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기업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현대화해 나가야 한다. 그런 기업만 승자로 남을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더 높은 비용 부담과 자산의 붕괴로 인해 패자로 전락할 것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