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는 차분하지만, 한국 송금 등 절차 까다로워지는 등 변화
정부 매뉴얼과 별도로 진출기업도 진출 직원 안전대책 마련
정부 매뉴얼과 별도로 진출기업도 진출 직원 안전대책 마련

11일 업계에 따르면 외부에서 알려진 바와 달리 중국 내 정세가 위험한 기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예로, 중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한국으로 송금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중견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한국 본사로 송금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는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본국으로의 자유로운 송금이 보장돼 상황은 개선됐다”면서 “하지만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폐업 절차는 물론 본사 송금도 제약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위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최근 상황의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행동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과 일본이 견제하는 등 충돌 직전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 지역이 전쟁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4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정리해 지난 1월 9일 발표한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 보고서에서 “미국·대만·일본이 중국의 재래식 상륙작전을 격퇴하고 대만의 자치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한국도 “주한미군의 4개 전투비행대대 중 2개 대대가 차출돼 전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도 간접적으로라도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시화되면 본토 내에도 시진핑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내전을 일으킬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지에 나가 있는 교민과 기업들이 피해를 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미국과 일본 정부가 자국민을 본국으로 소환하기 위한 연습에 들어간 것도 암울한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매뉴얼을 마련해둔 상태다. 외교부는 대통령 훈령인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에 따라 해외 위기 발생 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본부와 공관에서 숙지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재외국민 보호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재외국민 보호 위기 대응 실무매뉴얼 △재외국민 보호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등 세 종류의 매뉴얼을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들 매뉴얼의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6월에 새 매뉴얼이 나올 예정이다.
매뉴얼은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해외 위기로 △국외 테러 △해외 납치 △정정 불안 및 내전·분쟁 △지진‧풍수해 등 자연재해‧감염병 또는 가축 질병 △방사성 물질 누출 등 산업재해 △항공기·선박·철도 등 대형 교통사고 등이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매뉴얼에 맞춰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통해 재외국민에게 안전지역으로 이동해 모이도록 하고, 이후 송환 인력 규모에 맞춰 항공기나 선박을 보내 실어서 온다.
이와 별도로 기업이 자체적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과거 걸프전에서 보듯이 최초 전쟁이 발발하면 기업들은 즉각 조업을 멈추고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둔 채 현지 주재 직원들을 인근 안전한 지역이나 국가로 일단 대피시킨다. 단기간에 전쟁이 끝나면 바로 일하던 사업장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전장이 확대되면 정부의 지침을 받아 재외국민과 함께 한국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거액의 돈을 투자한 사업장의 경우 한두 명의 인력이 남아 현장을 지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플랜트 업체 관계자는 “위험하지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장을 지키겠다며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안전을 위해서는 모두 데려와야 하지만, 상대국 고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불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현지에 남는 직원들을 위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하는 한편, 사설 경호원을 배치한다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