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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국 기업들까지도 '탈중국화' 동참 속도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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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국 기업들까지도 '탈중국화' 동참 속도붙었다

중국 내수시장 관련 소비재·중급 기술 기업들만 남아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경제 성정 둔화에 따라 탈중국화를 가속화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경제 성정 둔화에 따라 탈중국화를 가속화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은 세계화에 합류한 이래 지난 80년대 이후 세계의 공장이었다. 여전히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탈세계화-재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그 정점을 찍고 하강 곡선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과 미·중 갈등 증폭, EU27에서 일어나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 등에 크게 자극을 받고 있다.
주요국의 정치인이나 외교안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공급망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에서 확산되는 반중 심리, 중국의 성장률 하락과 공산당의 지배 강화 등 탈중국화를 초래하는 요인들은 생각보다 많다.

특히, 미국의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 수출 반대 내지 금지 법안으로 인해 일상적 제품 외 첨단 제품을 중국에서 더 이상 제조하기가 어려워지자 많은 첨단 기업들도 중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수는 2022년 기준으로 10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은 2020년 1,000개, 2021년 1,500개, 2022년 1700개로 늘어났다. 글로벌 핵심 제조기업들이 떠나고 있다.

◇중국 대체할 아시아의 중소규모 세계 공장 후보들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을 대체할 국가들로 인도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을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아직 중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제조업 기반이 중국보다는 미흡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발달해 있고 현재는 물론 그 이후에 시장 규모가 다른 지역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특히 이념적으로나 안보 측면에서 미국이나 서방이 추구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할 의사도, 힘도 부족하고 서구와 협력해 경제, 안보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제2의 중국’이 될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중국을 빠져나온 기업들이 주로 대체 투자처로 여기고 진출한 곳은 통계적으로 인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이었다. 중국에서 빠져 나온 기업들이 이곳에 주로 둥지를 마련하고 있어서다.

우선, 인도를 보자. 2022년 5월,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 경제대국이 됐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계에서 6~6.5%의 GDP 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인도는 2029년까지 세 번째로 큰 경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저렴한 많은 인력과 오랜 제조 역사를 가진다. 정부도 산업과 수출촉진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인도를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곳으로 고려하고 있다.

시가 총액 세계 1위인 애플은 인도로 이전하기 위해 가장 큰 제조사인 대만 폭스콘을 인도로 옮기기로 했다. 폭스콘은 중국 선전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이 아이폰 생산의 대략 80% 정도를 차지한다.

아이폰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지난 2017년부터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 공장에서 지난 버전의 아이폰을 생산해왔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가 발생했다.

애플은 폭스콘과 협의를 통해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에 따른 공장 폐쇄에 대응해 인도로 최신 공정 공장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는 인도의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폭스콘은 7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 카르나타 주에 새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의 생산 비중을 줄이고 인도 생산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2022년 말까지 아이폰 14 생산량의 5%를 인도로 옮길 것으로 예상하며, 2025년까지 아이폰 4대 중 1대가 인도에서 제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의 세계적 풍력시스템 기업인 베스타스(Vestas)는 인도가 두 번째로 큰 터빈 시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하고 생산을 확대했다. 이 기업은 이제는 중국에 모든 계란을 담지 않으려고 한다. 여러 베스타스 위성 제공업체도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260피트 터빈 블레이드를 제작하는 미국 회사인 TPI 복합재도 인도에서 크게 확장하고 중국에서는 운영을 축소했다.

다음은 베트남이다.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1986년 이후 급속한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세계은행은 11월 게시물에서 베트남을 “단 한 세대 만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에서 중진국 경제로 전환하는 개혁의 성과를 거두었다”라고 평가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2021년 베트남은 외국인 직접 투자 약정에서 311억 5000만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전년 대비 9% 이상 증가한 수치다. 투자 자본의 약 60%가 생산 및 가공 분야로 유입되고 있다.

베트남은 신발, 의류, 전자제품, 일상적 실용 기계를 가공하는 데 익숙하며, 애플은 일부 아이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일부 맷북의 생산 라인도 동남아시아로 이전할 계획인데 베트남도 유력 후보지역이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한 기업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삼성전자가 있다.

태국도 중국 대체 투자국으로 부상 중이다. 태국은 일본 영향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생산 기반이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태국은 제조 분야에서 기반을 확충해 왔으며 소니와 샤프 등 일본 다국적 기업이 이곳에 매장을 설립하고 있다.

소니는 2019년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생산을 중국에서 태국으로 이전하기 위해 베이징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했다. 샤프도 2019년에 미중간 무역 전쟁으로 일부 프린터 생산을 태국으로 이전했다.

심지어 중국 기업들도 공급망 일부를 태국으로 옮겼다. 상하이의 진코솔라(JinkoSolar)와 같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지정학적 긴장을 피하려고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이전하고 있다. 중국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의 입김도 중국 기업의 탈중국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국 투자위원회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외국인 직접 투자가 약 1,310만 달러로 세 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방글라데시도 탈중국 공급망 이동의 수혜자였다. 이제 그 비중이 더 커질 전망이다.

방글라데시는 아주 저렴한 인건비로 중국의 제조업 부문의 하단을 대체할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코로나 이전부터 의류 제조업 부문의 떠오르는 별이었다.

방글라데시의 부상은 주로 중국의 인건비 상승 때문이었다. 이 나라의 평균 월급은 120달러로, 중국 노동자가 받는 670달러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이다. 현재 비료, 농산물 및 의약품 생산 분야에서 투자자 유치를 모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제조 기반이 강한 편이다.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경제권과 가까운 거리, 저렴한 노동력, 정부의 제조업 장려 정책, 자유 무역 협정 등 많은 강점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중국의 자본가로부터 32개의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진다. 코로나 이전에도 말레이시아 기술 투자는 낮은 인건비와 미·중 무역 긴장으로 인해 증가했다. 2018년 이후 5년 동안 마이크론이 3억 39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인텔도 2021년 말레이시아 페낭에 66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 나라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 케이스를 제조하는 미국 자빌(Jabil)도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말레이시아의 FDI 유입은 2021년에 131억 달러, 2022년에 상반기만 280억 달러를 유치한 바 있다. 전자 및 자동차 제조 부문이 주요 기여를 했다.

일부 중국 민영 기업도 중국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미 베트남, 태국 등 인접국으로 대거 이동했다.

중국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 관계자들은 중국의 공급망 중단을 우려한다.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시스템으로 중국 파트너의 분기별 및 연간 재무제표에 대한 실사를 수행할 수 없다. AI와 자동화로 값싼 노동력도 사라지고 있다.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도용, 품질관리, 금융사기, 계약위반, 행정비용, 물류 등의 우려로 중국 투자의 비용 우위가 줄어들고 있다. 사회, 사이버 보안 및 거버넌스 법률과 현지 파트너의 불공정 고용 관행도 부담이다.

이에 해외 투자가들은 자신들과 상대하는 중국 파트너들에게 계속 거래를 하려면 중국 밖으로 공장을 옮길 것을 권유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본국에서 제조하면 미국에 수출할 때 규제가 많아 동남아 등 제 3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향후 전망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공장이고 미국 다음의 주요 시장이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이 큰 시장을 버리고 이를 대체할 시장을 찾기가 당장 어려운 마당에 무작정 중국을 떠날 수는 없다.

중국에 남아서 큰 시장에서 매출을 올려야 하는 기업들도 있고, 지정학적 위기나 경제안보 위협을 고려해 떠나는 기업들도 있다.

문제는 추세다. 첨단 기업들이 떠나는 것이고,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서는 이윤을 기대할 수 없는 기업들이 떠나고 있다.

남는 기업들은 주로 중국의 내수 시장에서 소비재나 제조업에 필요한 장비, 소재를 판매하는 기업, 서비스 관련 기업들이 남고 있다.

중국에 남는 기업들이 고도 첨단 기업이 아니고 중급 기술의 기업들이 주로 남고, 저렴한 인건비를 요하는 기업들이 중국을 빠져나가는 추세가 계속될 경우 중국의 경쟁력은 어떻게 변화할지가 향후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