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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 중국 IPO 시장에서 밀려나…중국 금융 체제의 폐쇄성에 발목 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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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 중국 IPO 시장에서 밀려나…중국 금융 체제의 폐쇄성에 발목 잡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중국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외국계 은행 참여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의 폐쇄적인 금융 시스템으로 인해 외국계 은행이 발을 디딜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계 은행들이 참여한 IPO 규모는 2억9700만 달러로 전체 IPO 규모 260억 달러의 1.2%에 불과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딜로직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 외국계 은행은 전체 IPO 규모의 약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올해 중국 본토 시장에서는 109건의 IPO가 이뤄졌지만 미국 은행은 단 한 건도 참여하지 못했다. 유럽 은행 중에서도 크레디트스위스와 도이체방크만이 상장 주관사(Bookrunner)로 활동했다.
프레이저 하우이 중국 금융 전문가는 "이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성한 환경이다. 코로나 이후 냉전시대와 같은 갈등 및 경쟁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외국계 은행이 중국에서 활동하기 까다로워지고 있다. 지난 2019년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서 외국계 은행이 전체 자금 조달의 약 20%를 차지했지만 그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하우이는 "외국계 은행을 규정상 금지하고 있거나 실제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발행사가 외국 은행을 통하지 않고 중국 상장주관사와 거래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증권 사업을 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지난해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지난 3년 동안 중국으로 입국이 어려워져 본사와 중국 내 법인 간의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으로도 볼 수있다. 외국계 은행이 중국 내에서 영업하기 위해서는 여러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또한 외국 기업들의 실사(due diligence)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글로벌 은행의 임원들은 중국 내 상장에 관여하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자신들의 내부 절차에 필요한 수준의 실사를 수행하기 어려운 점을 꼽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글로벌 은행의 아시아 투자은행부서 고위 임원은 "미국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상위 50명 고객사 목록이 필요하고 각각 독립적으로 실사를 진행하길 원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매번 같은 100명 내외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판매하는 서구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중국 내 상장은 미국과 달리 기관 투자자보다는 개인 투자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글로벌 은행들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중국 시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