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빌딩이 전체 상업용 부동산 부실 채권의 절반인 6260억 달러

자산 평가 전문 기업 그린 스트리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해 3월부터 연쇄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미국의 업무용 빌딩 가격이 31%가량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업무용 빌딩을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앞으로 더 내려갈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현재의 고금리 상태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건물 소유주가 재융자를 할 때 이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건물 소유주는 대출금 이자와 원금 상환을 포기하고, 디폴트를 택할 수 있다.
부동산업체 CBRE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미국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은 17.8%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12.2%)보다 5.6%포인트나 높았다. 미국 업무용 건물 평균 가격은 지난해 초보다 25%가량 내려갔다.
모기지은행연합(MBA)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업무용 빌딩의 대출 규모가 1890억 달러에 달하고, 내년에 추가로 대출금 1170억 달러의 만기가 도래한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출해준 미국은 은행들은 올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계기로 대출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일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매각하려 하고 있으나 구매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언론 매체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부채 보유량을 줄이려는 은행에는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캐피털 원 파이낸셜, M&T 뱅크가 포함됐다. 이 매체는 향후 3년간 약 1조 5000억 달러(약 1975조 3500억원)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 재융자가 진행될 예정이나 높은 금리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 중 많은 부채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 스탠리 캐피털 인터네셔널 리얼 애셋 (MSCI Real Asset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업무용 빌딩의 디폴트 규모가 248억 달러 (약 32조 4200억 원)에 달해 그전 분기에 비해 36%가 증가했다. 올 2분기에 쇼핑몰을 포함한 소매점의 디폴트 규모는 227억 달러, 호텔은 1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 전체 상업용 건물의 디폴트 규모는 720억 달러로 올 1분기에 비해 13%가 증가했다. MSCI는 앞으로 디폴트에 빠질 위험이 큰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16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 평가사인 S&P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침체 등을 이유로 미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S&P는 지난 21일 어소시에이티드 뱅코프, 밸리내셔널뱅코프, UMB파이낸셜코프, 코메리카뱅크, 키코프 등 미국 내 5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S&P는 S&T은행과 리버시티은행의 등급 전망도 높은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이유로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이달 초 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추고 BNY멜런은행, US뱅코프,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대형 은행 6곳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