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AW가 파업에 이른 구체적인 사정을 들여다보면 무엇보다 임금 인상폭에 대한 UAW와 GM, 포드자동차,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완성차 제조업체 간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UAW는 40%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빅3 업체가 제시한 인상안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40%의 임금 인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지나친 요구라는 것이 3사의 입장이다.
그러나 UAW는 지난 4년 동안 3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인상폭이 40%를 기록한 만큼 노동자들도 같은 폭의 임금 인상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주장이다.
빅3 가운데 포드차와 GM이 최대 20%의 인상폭을 제시했고 스텔란티스는 21% 인상안을 들고 나왔으나 UAW는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파업을 이어갈 태세다.
노사 간 입장이 이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AP통신이 UAW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팩트체크했다. 결론적으로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40%는 사실과 다르다.
특히 이는 프랑스계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 CEO의 연봉이 유로존 법규에 따라 공개되는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인 UAW 위원장 “3사가 이룬 결실, 노사 공정하게 나눠야”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지난 17일(이하 현지 시간) CBS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40%의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3사 CEO의 연봉이 지난 4년간 40% 올랐기 때문이란 점에서 정당한 요구”라고 강조하는 등 40% 인상안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페인 위원장은 “3사가 그동안 이룬 과실을 노사가 공정하게 나눠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AP는 18일 낸 분석 기사에서 “최근 수십 년간 빅3 CEO의 연봉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반면, 빅3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40%나 올랐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 바라 GM CEO 34% 인상
메리 바라 GM CEO도 같은 의견이다.
바라 CEO는 UAW 주장이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40% 인상 얘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UAW의 빅3 CEO 연봉 40% 인상 주장을 일축했다.
AP가 급여전문 컨설팅업체 에퀼라가 집계한 자료에 근거해 3사 CEO의 연봉을 팩트체크한 바에 따르면 바라 CEO의 연봉은 빅3 CEO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스톡옵션을 포함해 그가 챙긴 연봉은 2898만 달러(약 382억9000만원)로 추산됐다.
바라 CEO는 지난 2019년부터 GM의 경영을 책임져 왔기 때문에 3사 CEO 가운데 CEO 재직 기간이 가장 오래됐다.
AP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인상률을 기준으로 보면 바라 CEO의 연봉은 34%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짐 팔리 포드차 CEO 21% 인상
짐 팔리 포드차 CEO의 지난해 기준 연봉 역시 스톡옵션 1514만 달러(약 2000억원)를 포함한 2100만 달러(약 277억5000만원)로 추산됐다.
AP는 “팔리 CEO의 연봉은 지난 2019년 당시 포드차 CEO였던 짐 해킷과 비교해 2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AP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적어도 GM CEO와 포드차 CEO의 경우 UAW가 주장하는 40% 인상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과장된 주장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공개된 연봉과 실제 연봉 차이 큰 스텔란티스
다만 AP는 “스텔란티스 CEO의 경우는 확인하는 일 자체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스텔란티스가 탄생한 탓이 큰데다 스텔란티스가 프랑스계 다국적 기업이기 때문에 CEO 연봉을 공시하는 방식 자체가 GM과 포드차가 속한 미국과는 달라서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과 푸조시트로앵그룹(PSA)이 지난 2021년 1월 합병하면서 새로 출범한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다.
FCA는 앞서 지난 2014년 미국 3대 완성차 업체에 속했던 크라이슬러와 이탈리아 완성차 업체 피아트가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고, PSA는 프랑스 완성차 업체 푸조가 경쟁업체였던 시트로앵을 지난 1976년 인수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가 유럽연합(EU) 법규에 따라 공시하게 돼 있는 연례 처우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지난해 연봉은 2346만 유로(약 331억4000만원)로 바라 GM CEO보다는 적고, 팔리 포드차 CEO보다는 많았던 것으로 추산됐다.
AP는 “타바레스 CEO가 챙긴 연봉은 지난 2019년 FCA CEO였던 마이클 맨리가 받은 연봉과 비교하면 무려 77%나 급증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근거로 3사 CEO의 연봉 인상폭을 산술적으로 평균 내면 40%를 웃돈다는 점에서 UAW의 주장은 근거가 없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스텔란티스가 유로존 법규에 따라 공개하는 CEO 연봉은 미국과는 계산법이 다르다는 것이 함정”이라고 강조했다.
유로존 기업의 경우 과거에 회사가 스톡옵션이나 성과급 등으로 준 주식의 현재 가치를 포함하는 방식이어서 주가가 많이 오르면 현재의 연봉도 크게 오른 것으로 간주하는 데 비해 미국 기업의 경우 주식을 교부받은 뒤 최고 가격과 최저 가격의 평균을 내 연봉에 포함한다는 점에서 스텔란티스 CEO의 연봉은 공개된 것보다 크게 낮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