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V용 배터리의 음극은 대부분 천연 흑연이 사용되고 있으며, 중국은 천연 흑연 정제 시장에서 90% 정도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에 서방은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인조흑연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 흑연에 못지않게 인조흑연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해 2030년까지 중국의 시장 지배력이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방은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흑연 투자를 늘리고 있다.
흑연 시장에서 인조흑연의 부상
EV 배터리에서 우수한 전도성과 안정성이 있는 흑연이 주로 음극제에 사용된다. 음극제는 전기가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하는 주요 구성 요소다.
천연 흑연과 마찬가지로 인조흑연도 음극제에 사용할 수 있다. 천연 흑연은 말 그대로 자연에서 발견되는 흑연을 가공해 만든 흑연이고, 인조흑연은 석탄이나 코크스 등의 원료를 가공해 만든 흑연이다.
천연 흑연과 인조흑연은 성능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천연 흑연은 인조흑연보다 전도성이 우수하지만, 인조흑연은 안정성이 우수하다. 일반적으로 천연 흑연은 고출력 EV 배터리에 사용되고, 인조흑연은 장거리 주행 EV 배터리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천연 흑연과 인조흑연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 흑연이 개발되고 있다. 혼합 흑연은 천연 흑연의 우수한 전도성과 인조흑연의 우수한 안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EV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모두 향상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인조흑연은 19세기 후반 개발지만, EV 배터리용 재료로 부상한 것은 지난 10년 정도에 불과하다. EV 1대 배터리 팩에는 음극제에 사용하는 흑연이 평균 50∼100kg이 필요하며, 이것은 리튬의 약 2배에 해당한다.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예측에 따르면, 인조흑연은 2025년까지 EV용 배터리의 음극제 시장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인조흑연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향상되면서 천연 흑연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으로, 인조흑연은 EV용 전지의 음극제 시장에서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조흑연의 생산량은 빠르게 증가해, 가격도 천연 흑연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
인조흑연 시장은 현재 10억 달러 수준이지만 향후 5년간 40%가량 확대해 2028년에는 4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기업의 시장 지배력
중국은 천연 흑연의 매장량은 세계 3위, 생산량은 세계 1위 국가다
EV용 배터리 음극에 사용되는 천연 흑연의 정제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갖고 있다. 또한, 중국 배터리 재료 대기업 BTR과 샨샨(Shanshan)은 인조흑연 생산 증강을 위해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서방의 인조흑연 기업은 중국보다 시장점유율이 낮고, 경쟁력 측면에서도 부족하다. 중국은 인조흑연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기술을 보유하고 투자도 늘리고 있어, 당분간 인조흑연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조사회사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천연, 인조에 이어 합성흑연 생산시장도 당분간 중국이 독점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생산량은 올해 160만 톤에서 2030년 2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구 기업들의 흑연 시장 도전과 한계
서구의 인조흑연 기업은 중국 기업보다 시장점유율이 낮고, 기술적 경쟁력에서 열세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EU 당국에서 자금과 기술 개발 지원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시장을 중국에 맡겨둘 경우 경제안보에 큰 위기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 기업인 아노비온이 조지아주 베인브리지에 8억 달러 규모의 인조흑연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노보닉스도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1억 6000만 달러 규모 인조흑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원을 받아 세금 감면, 인프라 투자 및 고용에서 혜택을 받고 있다.
EU에서는 노르웨이의 하이드로와 배터리 제조업체인 엘켐이 공동 출자해 비아노드를 설립했다. 유럽과 북미에 인조흑연 공장을 건설해 2030년까지 최대 EV 200만대 분의 연간 공급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조 과정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해 중국 흑연 정제업자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90%나 적다.
한편, 중국이 천연 흑연 매장량과 천연 및 인조흑연 생산량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향후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구에서는 정부 지원 아래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투자가 확대되고, 친환경적인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