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외환 시장에 개입하면 사태 악화 가능성 경고

도이치뱅크는 이 메모에서 “엔화의 동인인 수익률과 대외 계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일본 엔화는 튀르키예 리라와 아르헨티나 페소와 같은 리그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 메모는 “일본 당국이 엔화 방어를 위해 개입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사태를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이고, 엔화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유통되는 화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 외환 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전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핵심 통화정책 중 하나인 수익률곡선제어(YCC·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추가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종전에는 장기채 기준이 되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넘어서면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국채 수익률을 낮게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 금리가 1%를 넘어도 무조건 국채를 매입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이는 시장금리 상한선을 높이는 사실상 긴축 조처에 해당한다.
긴축 조처는 통상 엔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로 엔화 투매 현상으로 이어졌다. 전날 달러 대비 엔화는 장중 151.69엔에 달했다. 이는 작년 10월 21일 당시의 151.94엔 기록 이후 최저치다. 당시 엔화 가치는 32년 전인 199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계속 하락하자 간다 마사토(神田真人) 재무관(차관급)은 1일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재무성은 9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환율 개입 사실이 없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시장 개입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했었다. 정부·일본은행은 지난해 9~10월 급격한 엔화 약세에 대응해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매도했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2022년 11월 이후에는 외환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