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일본의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대표적인 난관으로는 미국산 부품 조달 어려움이 꼽힌다.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을 받으려면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에서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 WSJ는 “최근 몇 개월 동안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 개폐 장치나 변압기 등을 조달하는 데 100주일 이상 기다려야 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제휴해 오하이오·미시간·테네시주에 이어 인디애나주에 건설하려던 네 번째 공장은 비용 증가로 인해 취소됐다고 WSJ가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도 공사비와 자재비 증가로 인해 비용이 급증했다고 이 신문이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WSJ는 “대만의 TSMC가 애리조나주에 건설하는 2개의 반도체 공장 가동이 연기됐고,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은 인디애나주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으며,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으로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나 공장 건설 비용이 애초 예상보다 무려 80억 달러 이상 늘어나 최소 2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테일러시 공장 가동을 애초 2024년 하반기에서 2025년으로 연기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환경 관련 이슈와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지급 차질 등으로 미국의 반도체 증산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에 앞서 TSMC는 인력난을 이유로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가동을 연기하기로 했다. TSMC는 2024년 애리조나 공장을 가동하고 생산에 들어가려 했으나 기술 인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1년 연기해 2025년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5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