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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네타냐후의 엇갈린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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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네타냐후의 엇갈린 속마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아픈 손가락 두 개가 있다. 둘 다 그와는 40년 넘게 인연을 맺어 왔다. 한 명은 그의 생물학적 DNA를 물려받은 아들이고, 또 한 명과는 정치적 DNA를 공유했다.

헌터 바이든은 6월 3일(이하 현지 시간)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탈세와 불법 총기 소지 등 죄목은 지저분하다. 바이든은 9년 전 큰아들 보를 잃었다.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이었던 그는 장래 미국 대통령감으로 불렸다.

명문 시러큐스 로스쿨(아버지와 동문)을 나왔고 이라크전서 무공훈장을 받았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으나 46세에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동생인 헌터는 형과 대조되는 망나니다. 그래도 큰아들을 먼저 보낸 바이든의 내리사랑은 각별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80년대 후반 유엔대사였다. 상원외교위원회 의원이었던 바이든과 가까이 지냈다. 두 사람은 7살 차이다. 이 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네타냐후는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바이든은 유감을 나타냈다. 네타냐후는 2020년 5월부터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의 최측근이 법정에서 불리한 증언을 하면서 상황은 좋지 못했다.

네타냐후는 자신의 재판과 사법부 권한 축소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애써 강조했지만 민심은 사나워졌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전면 파업과 예비군 복무 거부로 맞섰다.
네타냐후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전체 의회 120석 가운데 겨우 32석뿐이다. 종교시온주의당(14석) 등 4개 정파가 연합해 총 64석으로 연정을 꾸렸다.

네타냐후는 싫든 좋든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극우파에 속하는 종교시온주의당의 목소리는 늘 강경했다.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를 구한 것은 그와 상극인 하마스였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는 10월 7일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땅을 침공했다. 졸지에 ‘전시 지도자’가 된 네타냐후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국민들이 똘똘 뭉쳤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고 가자지구 참상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여론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홀로코스트의 빚을 진 독일이 이스라엘을 비난했을까.

이스라엘에선 6일 시위대 10만 명이 모여 인질 송환과 휴전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미국인 민간인 구호단체 직원이 숨지자 바이든이 발끈했다. 그의 친이스라엘 노선이 조금씩 흔들렸다.

미국 정치인은 누구나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하지만 미국 정치 지형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14년 9%에 그친 반유대주의는 2020년 20%, 2024년엔 24%로 늘어났다. 유대인들과 대척점에 놓인 무슬림 표도 무시할 수 없다.

2020년 대선에서 무슬림의 64%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트럼프 지지는 35%에 그쳤다. 이른바 경합 주로 불리는 미시건에서 무슬림의 70%가 바이든에게 표를 주었다. 그는 2020년 16명의 대의원이 걸린 그곳에서 15만 표 차이로 어렵게 승리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친이스라엘 성향이 옅다. 민주당 텃밭인 흑인과 라틴계는 2020년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했다.

하지만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7개 경합 주에서 흑인의 30%, 라틴계의 47%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아무리 유대인의 영향력이 큰 미국이라 해도 선거를 앞두고 금보다 더 값진 표를 외면할 수는 없다.

뒤로는 손을 잡고 있지만 겉으론 네타냐후를 박절하게 대해야 하는 바이든, 사면초가에 빠져 있으나 연정의 손을 놓을 수 없는 소수파 이스라엘 총리. 봄의 숙성만큼이나 그들의 상심도 깊어져 간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