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당에서 ‘빅사이즈’ 메뉴가 퇴조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빅사이즈 음식으로 인한 비만 발생 문제가 심각한데다 고물가 시대가 닥친 가운데 사먹는 음식의 양을 줄여 가계 지출도 아끼려는 소비 심리가 확산된 여파다.
◇ NYT “1970년대부터 늘어난 음식 사이즈, 줄어들기 시작할 조짐”
미국 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의 양이 많기로 유명하다. 다른 나라 식당에서 흔히 나오는 1인분에 비해 사이즈가 많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조지타운대 경영대학원 부설 연구소 ‘음식 분량 균형찾기 동맹(Portion Balance Coalition)'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70년과 지난 2018년 사이에서 늘어난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음식의 양을 조사한 결과 미국인들이 흔히 먹는 빵의 일종인 베이글의 경우 개당 중량이 2온스(약 57g)에서 4온스(약 113g)로 배나 늘었다.
간편식의 대표 주자인 치즈버거의 경우도 개당 5.9온스(약 167g)에서 7.3온스(약 210g)로 사이즈가 커졌다. 대표적인 서양 음식인 스파게티나 미트볼의 1인분 양도 두 배가 됐다.
NYT는 “지난 반세기 동안 늘어났던 식당 음식의 양을 줄이는 추세가 최근 들어 외식업계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음식 빅사이즈 시대가 서서히 퇴조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비근한 예로 미국 최대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서브웨이는 지난 1월부터 기존 메뉴보다 양이 줄어든 스낵 개념의 간편식 메뉴를 출시했다.
맥도날드와 함께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버거킹의 경우도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치킨 너겟 메뉴에 들어가는 너겟의 수량을 현행 10개에서 8개로 줄였다.
이밖에도 미국의 상당수 외식업체들이 기존 메뉴의 양을 줄인 형태의 신메뉴를 최근 들어 속속 선보이고 있다.
◇ 음식 쓰레기 줄이는 효과도…외식업계 “쓰레기 처리 걱정 덜고 마진 늘 수 있어” 환영
관련업계의 이같은 추세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NYT는 미국레스토랑협회(NRA)가 지난 6월 펴낸 미국의 외식산업 현황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소비자의 75% 이상이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의 양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는 양이 줄어들더라도 음식 값을 아끼려는 심리가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음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라는 것.
NRA도 “이 문제는 넘쳐나는 음식 쓰레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계와도 직결된 문제”라면서 “외식업계 입장에서는 손님에게 제공하는 음식의 양을 줄이면 마진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매우 반기는 입장”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