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 리더십, 2015년 22%서 2023년 33%로 증가
벤처 캐피털, 투자 결정자 여성 비율 10년 동안 두 배 늘어
벤처 캐피털, 투자 결정자 여성 비율 10년 동안 두 배 늘어

정책 변화와 경제 전환기,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월가와 메인스트리트 모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지혜로운 지도력을 갖춘 인물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배런스(Barron's)는 '2025년 미국 금융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은 금융, 경제, 정책 및 기업 분야에서 막대한 자본을 관리하고 투자와 경제 분석을 위한 새로운 틀을 수립하는 리더들을 선정한다.
배런스의 편집진이 선정한 이 명단은 미국 내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며, 올해는 작년에 포함되지 않았던 27명의 여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형 금융기관부터 신생 플랫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릴리언 달러 자산 관리하는 금융계 핵심 인물들
시티그룹 CEO 제인 프레이저 같은 잘 알려진 인물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은 주목받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블랙록의 글로벌 최고 참모 겸 글로벌 파트너 공동대표인 스테이시 멀린은 CEO 래리 핑크의 자문 역할을 하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의 주요 개편과 대체 투자 확대를 위한 지난해 세 건의 인수를 주도했다.
경제 분석 분야에서는 27세의 경제 논평가 카일라 스캐논이 주목받고 있다. 스캐논은 월가의 많은 이들보다 앞서 소비자 심리와 경제 데이터 간의 불일치를 파악하고 이를 "분위기 침체(vibecession)"라고 명명했다. 그녀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서 6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해 경제 현상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리톨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배리 리톨츠는 "카일라는 경제학이나 투자 분야의 판도를 바꾸는 통찰력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스캐논의 최근 관심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그 영향이다. 그녀는 현 정부의 정책 행보와 미국이 "혼란이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는 견해를 담은 'FAFOnomics'라는 경제 분석 방법론을 개발했다. 그녀는 특히 젊은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캐논은 Z세대의 경제적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를 지적한다. 엠파워(Empower)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Z세대는 재정적 성공을 위해 평균 60만 달러(약 8억 7000만 원)의 연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밀레니얼 세대 목표(18만 달러)보다 현저히 높다. 스캐논은 "집을 사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지고, 정부가 구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젊은 세대에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DEI 프로그램 사회적 반발 '여성 리더십' 후퇴 우려
금융산업에서 여성의 진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맥킨지의 '직장 내 여성' 조사에 따르면, 은행 및 소비자 금융 분야에서 여성 C-스위트(최고 경영진) 비율은 2015년 22%에서 2023년 약 33%로 증가했다. 이는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아직 완전한 평등에는 거리가 있다. 특히 벤처 캐피털에서는 여성 투자 의사결정자 비율이 10년 동안 두 배가 되었지만, 여전히 20%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려스러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스펜서 스튜어트의 최근 조사는 미국 비즈니스 리더십 위치에 있는 여성의 57%가 진전이 정체되거나 후퇴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반발과 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목록에 새롭게 합류한 디나 파월 맥코믹과 같은 인물들은 정부와 금융 영역을 넘나들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상업은행 및 자문회사인 BDT & MSD의 부회장인 맥코믹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중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했으며, 골드만삭스에서 16년간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JP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그녀는 많은 금융 CEO들보다 더 나은 관계를 가진 완벽한 패키지"라고 평가했다.
한편,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설립한 피벗 벤처스의 투자 책임자 에린 하클리스 무어는 역행하는 추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그녀는 다른 이들이 DEI 이니셔티브에서 뒤로 물러날 때 오히려 이에 더 깊이 관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피벗은 출생부터 생애 말까지의 케어를 포함하는 6480억 달러(약 942조 원) 규모의 케어 경제에서 혁신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무어는 AI의 다음 단계 혁신이 이 분야에서 보호자와 가족을 위한 해결책을 주도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배런스의 100인 명단은 금융계 여성들의 멘토링과 후배 양성 노력도 강조하고 있다. TCW의 최고경영자 캐서린 코치는 맥코믹을 "금융계 여성들을 위한 힘의 증폭기"라고 표현했다.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 여성 리더들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금융 산업의 미래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