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신앙의 표현뿐만 아니라 소속감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권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십자가 목걸이가 미국 사회 전반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는 신앙의 표현뿐만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로도 해석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공식 석상에서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하면서 그 상징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공식 브리핑에서 자주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믿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힘을 상기시켜주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 역시 "강한 기독교적 배경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십자가 목걸이 착용의 의미를 밝혔다.
이같은 흐름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십자가 목걸이에 담긴 의미를 공유하며, 신앙과 소속감을 표현하고 있다. 오클라호마대학교 재학생 세이지 밀스는 "정부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하는 것을 보면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이 신앙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종교학자 로버트 코볼로는 십자가가 원래 로마 제국의 처형 도구였으나 4세기 이후 기독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식적인 의미 외에도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상징이 더욱 강력해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십자가 목걸이의 정치적 활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패션이론을 가르치는 루시 콜린스 뉴욕 패션기술대학 조교수는 "십자가 자체는 명확한 기독교 상징이지만 현재 미국에서 기독교는 훨씬 더 복잡한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십자가 목걸이는 미국 사회에서 신앙의 표현을 넘어 정치적·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신앙과 공공 영역에서의 표현 사이의 경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