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국·우크라이나 천연자원 개발 협정 체결의 의미와 파장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미국·우크라이나 천연자원 개발 협정 체결의 의미와 파장

트럼프·젤렌스키 7개월 갈등 끝 합의...러시아에 "미국 키이우 지원 지속" 메시지
미국과 우크라이나 국기가 흔들리는 가운데 두 나라는 마참내 광물 혐정에 최종 서명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우크라이나 국기가 흔들리는 가운데 두 나라는 마참내 광물 혐정에 최종 서명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천연자원 개발에 미국 기업의 참여를 보장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1(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7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미국 기업이 우크라이나의 알루미늄, 리튬, 티타늄, 흑연,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자원에 우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에 지난달 30일 합의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정에서 양국은 5050의 대등한 파트너십으로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해당 자원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하에 남는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한, 전쟁 이후 경제 재건을 위한 '재건 투자펀드'를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으며, 투자펀드는 광물·석유·가스 분야를 중심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번 협정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제안한 천연자원 접근권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9월 트럼프 타워 회담에서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미국이 우크라이나 천연자원에 특별 접근권을 갖는 방안을 제안했고, 트럼프는 이에 "관심"을 보였다고 회담 참석자들이 전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제1차관이 서명한 이 협정은 양국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협정 서명 후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성장 자산을 실현하는 핵심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 협력 관계는 트럼프가 이끄는 평화 과정의 근간이 될 것이다. 이는 러시아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성공에 전념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때문"이라고 말했다.

◇ 험난했던 협상 과정..."협박""갈취" 사이에서 갈등


협상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2월 베선트 재무장관은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희토류와 핵심 광물 권리의 50%를 미국이 소유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젤렌스키는 이 제안에 강력히 반발했고, 회담 중 양측의 목소리가 회의실 문 너머로 들렸다고 현장에 있던 우크라이나 관계자가 전했다.

3월 말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군사 지원을 중단하고 요구를 늘렸다. 새 제안은 워싱턴과 키이우가 석유, 가스, 광물 수입을 통제할 감독위원회를 만들고, 미국이 결정에 거부권을 갖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협력 관계 기여"로 간주된다고 명시했으나, 앞으로의 군사 지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은 이 제안을 "갈취""협박"에 비유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젤렌스키가 워싱턴을 찾았을 때 벌어졌다. 트럼프는 백악관 웨스트윙 입구에서 젤렌스키와 악수하고 군복 차림을 칭찬했지만,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화는 곧 말다툼으로 변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3차 세계대전으로 도박한다"고 비난하며 "당신은 카드가 없다"고 꾸짖었고, 젤렌스키는 "나는 카드놀이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맞섰다. 서명식은 취소됐고, 젤렌스키는 다른 행사 없이 백악관을 떠났다.

이런 험악한 분위기를 지낸 후 최종 합의는 지난달 로마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다시 만나 이뤄졌다. 트럼프는 바티칸 회담에 관해 뉴스네이션과 인터뷰에서 "젤렌스키에게 우리가 협상할 수 있고 서명하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달 28일에 양측은 타협에 도달했으며, 워싱턴은 미국 기여금 일부로 과거 지원만 고려하겠다는 요구를 철회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서명 직전에도 미국 관계자들은 스비리덴코가 기본 협정 외에 두 개 추가 문서에도 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베선트 팀은 우크라이나 측에 스비리덴코가 "모든 협정에 서명하거나 돌아가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결국,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키이우에서 긴급 내각 회의를 소집해 문제를 해결했고, 협정은 마침내 서명됐다.

한편 이 협정은 아직 우크라이나 의회 비준이 필요하며 이행 작업이 남아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는 "이번 펀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 세계 투자 자본 유치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국유 자원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야당 의원 인나 소브순은 "우리는 선과 악 사이가 아니라 악과 악 사이에서 선택했다"면서도 "우리가 얻은 것은 처음 제안보다 낫다"고 평가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