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큰 승리"...글로벌 타임즈 전 편집장, 관세 협상 결과 환영
희토류 장악력과 '자립' 정책으로 무역전쟁에서 협상력 강화
희토류 장악력과 '자립' 정책으로 무역전쟁에서 협상력 강화

미국과 중국은 최근 타결된 합의에서 미국이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인하하고, 중국은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중국 관영지 글로벌 타임즈의 전 편집장 후시진은 "대다수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은 성과"이며 "중국에 큰 승리"라고 환영했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제안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보를 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다국적 기업 중국 자회사 임원은 "관세가 약 30%가 된다면 우리는 규정을 준수하고 수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미국 경제 연구원 뤄젠싱은 미국 무역 협상가들이 중국의 대응책에 짓눌려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중국은 백악관에서 협상하기 위해 줄을 서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국의 전략은 1938년 마오쩌둥이 주창한 '장기전'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마오쩌둥은 제2차 중일전쟁에서 중국에 주둔한 일본군을 당장 패배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장기전을 통해 힘을 키움으로써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 협상이 있기 약 2주 전, 중국 공산당 산하 베이징 데일리는 마오쩌둥의 '장기전론(On Prolonged War)'을 재조명하는 논평을 게재했다. 이 기사는 중국이 성급하게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 국가 역량 강화에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지도부는 이러한 장기전 전략의 하나로 자립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무역전쟁을 시작했을 때 미국은 중국 수출의 19.2%를 차지했으나, 이후 중국의 시장 다변화 노력으로 지난해 그 비중은 14.7%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 원소라는 전략적 자원을 무기화하는 데 성공했다. 덩샤오핑이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언급했듯이, 중국은 현재 세계 희토류의 약 70%를 생산하고 금속의 약 90%를 가공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특히 무기와 첨단 기술에 사용되는 고성능 자석에 필요한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같은 희토류 원소는 국제사회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4월 초 중국 정부는 디스프로슘을 포함한 7가지 희토류 금속을 수출 통제 목록에 추가했는데, 이는 사실상 완전한 무역 금지 조치에 해당한다.
중국 민셩증권은 이러한 희토류 수출 제한이 특히 취약한 부문에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전략적 압박이 결국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평가다.
현재 협상은 90일 휴전 상태이며, 미국과 중국이 최종적으로 어떤 무역협상에 도달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 다국적 기업 중국 자회사 임원은 "중국은 관세 인상 또는 인하 여부에 초조하게 반응하기보다는 미국과의 장기적인 경쟁에 대비하여 공급망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마오쩌둥의 장기전 전략을 통해 미국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의 장악력과 자국 시장의 규모를 활용해 국제무역 질서에서 유리한 협상 위치를 확보하는 중국의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