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중국의 애플 아이폰 및 기타 모바일 기기 대미 수출량이 지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양국 간의 교역에 심각한 타격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은 중국 세관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스마트폰 물량이 약 7억 달러로 전년 대비 72%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이 21% 줄어든 것과 비교해 훨씬 더 가파른 하락세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고 145%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대중국 압박 정책을 펼치자, 글로벌 전자기기 공급망이 흔들렸고,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시키면서 중국의 대미 스마트폰 수출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로스앤젤레스 항만도 5월 초 들어 물동량이 최대 3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교역량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2024년 6900억 달러에 달했던 미국과 중국의 양자 무역이 축소될 경우, 무역 전쟁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소비자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세관 총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국의 인도에 대한 휴대전화 부품 수출 규모는 약 4배 증가했다. 인도는 현재 중국 외 지역에서 애플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다.
애플은 최근 몇 년 동안 인도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애플의 이러한 행보를 공개 비판하면서 아이폰 제조를 미국 내로 이전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아이폰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적이 없으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아이폰의 미국 현지 생산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기업들과 주요 인사들은 그 충격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전일 "시장이 관세의 장기적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현재 미국의 관세 수준이 "상당히 극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무역 갈등이 세계화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경고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도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다며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