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26.8%로 1903년 뒤 최고 수준...중국 제품 관세 10%에서 25%로 치솟아

FT 분석에 따르면,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을 기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급격한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실질 관세율은 26.8%까지 올라 190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예일 예산연구소는 현재 미국의 평균 실질 관세율이 17.8%로,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 이어받은 2.5%의 7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최근 제네바에서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일부 낮췄음에도,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여전히 약 10%에서 25% 이상으로 크게 뛰었다.
"낮아진 수준에서도 관세 인상은 값을 올릴 것"이라고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회의에서 말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알베르토 카발로 교수가 프라이스태츠(PriceStats)의 고빈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파는 중국 제품값은 이미 눈에 띄게 올랐다. 이에 월마트는 올해 말 학용품과 명절 선물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일 예산연구소는 관세가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경우 보통 미국 가정은 작년에 산 같은 제품에 2800달러(약 390만 원)를 더 내야 하며, 가난한 가정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 수입 면제 규정 폐지로 값 더 오르고 선택 줄어
관세 말고도 값을 올리는 또 다른 요인은 '디 미니미스(de minimis)' 면제 규정 폐지다. 지난 5월 2일부터 수입업자가 관세와 서류 작업 없이 800달러(약 111만 원) 아래 제품을 중국에서 들여올 수 있었던 이 규정이 없어지면서 소비자는 더 비싼 값을 내고 선택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디 미니미스 제도로 미국은 국제 쇼핑을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고 간편하게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이 셔츠를 지금 주문해서 가장 싼 가격에 내일 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런 간편한 해외 직구 시스템을 점차 없애고 있는 중이다"라고 세계 물류 회사 플렉스포트(Flexport)의 세관 부사장 버니 하트가 말했다.
알파센스(AlphaSense)가 FT를 위해 수집한 자료를 보면, 기업 실적 발표 회의에서 '디 미니미스'를 언급한 횟수가 2024년 한 해 전체 5건에 불과했으나 최근 30일 동안에만 28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기업들이 이 제도 변화로 인한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네바 회담 뒤 800달러 아래 상품에 대한 관세율도 낮아졌지만, 수입업자들은 여전히 많은 작은 업체들이 지키기 어려운 복잡한 서류 절차를 마주하고 있다.
"예상하는 세분화 수준은 매우 높다. 따라서 당장 돈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감사와 규정 준수 장벽이 있다"라고 페덱스(FedEx)의 부사장 겸 최고 고객 책임자 브리 카레어는 지난주 분석가들에게 말했다.
미국 세관 수입은 이미 4월 2일 전 3~4억 달러 수준에서 약 16억 달러(약 2조23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관세 영향은 제품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신발류, 장난감·게임·스포츠 장비, 옷 분야가 가장 큰 관세율 인상을 보이고 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 경제학자 스티브 행크는 "시장 참여자들이 미중 무역 합의 가능성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트럼프는 여전히 미국 전체 경제가 아닌 자신의 사업체처럼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외곽에서 작은 가족 빵집인 언클 제리스 프레첼(Uncle Jerry's Pretzels)을 함께 운영하는 미스티 스콜닉은 4월 2일 혼란이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일으키면서 판매가 이미 줄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며 "경제 불안으로 고급 수제 프레첼 같은 사치품은 지금 소비자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말했다.
피터슨 연구소 경제학자이자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재무부 수석 경제학자였던 카렌 다이넌은 "미·중 관세는 여전히 몇 달 전보다 훨씬 높다"며 "따라서 여전히 관세가 있어 소비자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무디스(Moody's)는 최근 미국의 트리플 A 신용등급을 내린다고 결정하면서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6.4%에서 2035년까지 거의 9%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세계 경제 성장 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