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이었던 ‘관세 중심 전략’이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면서 트럼프표 경제 구상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부과가 대통령의 긴급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함에 따라 관세 수입을 기반으로 설계된 감세 및 지출 삭감 정책도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전략은 ‘관세 수입-감세-지출 삭감’이라는 3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구조였지만 법원 판결로 첫 번째 기둥이 붕괴되며 전체 구도가 위태로워졌다”며 29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약 1500억달러(약 208조5000억원)에 달하는 관세 수입을 세수 기반으로 삼아 약 4조달러(약 5560조원) 규모의 감세·예산 패키지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법원 결정으로 관세 수입이 무력화되자 감세안을 통과시킬 정치적·재정적 동력도 약화되는 분위기다.
아니켓 샤 제프리스 지속가능전략 책임자는 “관세 수입은 감세로 인해 생길 막대한 재정 적자를 일부라도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재원이었는데 그 수단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샤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감세안을 둘러싼 재정 보수주의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안에는 약 1조달러(약 1390조원) 규모의 메디케이드 삭감안도 포함돼 있어 공화당 중도파 사이에서조차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효율’을 상징적으로 내세운 정부효율부의 핵심 파트너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감세안에 대해 공개 비판에 나섰다. 머스크는 “국가 부채를 줄이려는 정부효율부의 목표와 이번 법안은 충돌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의 법적 불확실성은 무역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CNN은 “중국과 영국을 제외한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상대국들이 이번 판결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이 법정에서 해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해 기존의 25% 관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관세 전략이 완전히 무력화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관세 수입의 대부분이 막히고 새로운 관세 부과가 또 다른 법적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책 추진에는 어려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니 테데스키 예일대 예산연구소 연구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로 인해 기업들은 앞으로 관세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반대로 새로운 방식으로 더 강화될 수도 있다는 두 가지 불확실성에 동시에 노출됐다”며 “이런 이중 불확실성은 투자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3각 경제 전략은 세 가지 요소가 모두 함께 작동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구조”라며 “이번 판결은 단지 무역 정책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체 경제 철학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