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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원전 폐쇄로 에너지 취약성 심화… 미국 "국방 전략의 큰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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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원전 폐쇄로 에너지 취약성 심화… 미국 "국방 전략의 큰 골칫거리"

가스·석탄 의존도 82%, 매장량 10~30일분에 불과…"차세대 원자력 기술 도입해야"
대만 정부는 지열 발전이 2050년까지 6 기가 와트의 전기를 제공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정부는 지열 발전이 2050년까지 6 기가 와트의 전기를 제공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인공지능 인프라와 국가 안보를 위해 첨단 핵 기술 신속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의 원전 폐쇄 정책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방위 전략에 심각한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외교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대만의 에너지 실책이 미국 국방 계획의 전략적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은 지난달 17일 마지막으로 가동 중이던 원자로를 폐쇄하고 '핵 없는 조국'을 향한 여정의 이정표를 선언했다. 정확히 일주일 후인 지난달 24일 백악관은 인공지능 인프라와 국가안보를 위해 첨단 핵 기술을 신속히 배치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위해 핵 개발을 두 배로 늘리는 시기에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대만이 정반대 길을 택한 셈이다.

◇ 에너지 수입 의존도 97.73%… 정전 위험 현실화


대만의 에너지 취약성은 수치로 확인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73%에 이르고, 전력의 82%가 가스와 석탄에서 나온다. 가스 매장량은 겨우 10일분, 석탄은 30일분에 불과하다. 재생 에너지는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이 제거되면 해상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전 폐쇄 이후 대만의 정전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대만의 예비 전력 여유분은 지난달 8%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여름철이 오기도 전에 벌어진 일로, 안전 기준인 15%에 크게 못 미치는 위험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당국은 운영 허가가 만료된 석탄 화력발전소를 다시 가동하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실시한 '해협천둥(Strait Thunder) 2025A' 군사훈련에서 대만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해상 봉쇄 작전과 공격 시나리오를 재연했다. 대만이 이러한 에너지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킬 경우, 지속적 압박 캠페인이 언제든지 공식 군사 행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원자력 연료 24개월 지속… 핵폐기물 두려움이 폐쇄 원인


원자력 발전이 대만의 에너지 안보에서 갖는 핵심 장점은 명확하다. 원자력 연료는 최대 24개월 동안 지속되고 해상 봉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는 섬의 군사 인프라와 방어 작전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대만은 너무 오랫동안 핵폐기물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려 왔다. 이미 현장 건조통을 구현했고 임시 해결책에 대한 계획을 제안했지만, 정치적 결정으로 이 선택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로 했다는 게 내셔널인터레스트의 분석이다.

◇ 미군 작전 계획 복잡화… 원자력 협력 강화 필요


수년 동안 대만의 국방 전략은 미국 등 우방국 도움이 도착할 때까지 방어선을 사수한다는 신념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주요 전쟁 게임에서 시간은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대만은 적어도 한 달, 때로는 최대 90일 동안 버텨야 동맹국의 증원군이 도착할 수 있다. 정전 피해를 입은 섬에 인프라가 고장 나면 미국 작전이 크게 복잡해져 비용이 증가하고 선택의 폭이 제한될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군이 현대화됨에 따라 지휘통제 시스템, 정보 플랫폼, 드론 작전, 합동 전투공간 통합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발전기를 백업으로 사용하는 민간 전력망에 의존하고 있다. 연료 공급 물류는 통신 네트워크와 연료 물류가 흔들릴 경우 중단이나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미국은 웨이처트 국방장관이 최근 논평에서 경종을 울렸듯이 대만이 국방에 대해 전혀 진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이 미국의 작전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중국이 계산법에서 새로운 지렛대를 갖게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과 배포 계획이 진행 중이다. 국방부, 에너지부, 원자력규제위원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동식 원자로 펠레(Project Pele)는 전방 군사 기지에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이동식 원자로다.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는 분산되거나 경화된 위치에 설치할 수 있으므로 중요 기능을 위한 전력을 격리하고 확보해야 하는 고위험 환경에 특히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중국으로서는 대만의 전력망을 무너뜨리는 것이 침공을 감행하는 것보다 저렴할 수 있다"며 "워싱턴은 대만의 실책이 미국의 골칫거리가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만은 핵 부흥을 통해 에너지 회복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전부 동참해야 한다"며 "근본적 원자력 에너지 협력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미국-대만 방위산업회의를 통해 에너지 회복력과 원자력 협력을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의회가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에너지 안보 조항을 추가하는 것은 미국이 이 문제를 핵심 국방 문제로 보고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