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서 "품질 기준 미달" 인정, 지난해 과도한 약속 교훈 삼아 신중 접근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 부사장 크레이그 페데리기는 이날 미리 녹화한 영상에서 "시리를 더욱 개인에 맞추는 기능을 제공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 작업은 높은 품질 기준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내년에는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 신중하게 바뀐 애플의 AI 전략
이번 발표는 지난해 WWDC에서 지나친 AI 약속을 내세웠던 애플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쪽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 깃발 아래 여러 AI 기능을 약속했지만, 많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시리 비서의 나아진 모습도 나오지 않아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기조연설 직후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시간이 촉박하고 투자자들의 참을성이 바닥나면서 AI가 애플을 앞서고 있다"며 "전반으로 WWDC는 개발자들을 위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작년의 실수 뒤 쿠퍼티노가 안전하게 접근하면서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주요 진전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소 낙관하는 분석가인데도 이번에는 다소 침울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날 애플이 발표한 주요 업데이트는 조금씩 나아지는 것에 집중했다. 애플은 모든 운영체제에 반투명 아이콘과 메뉴를 적용한 '리쿼드 글래스'(Liquid Glass, 액체 유리)라고 부르는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 앨런 다이는 이를 "역대 가장 광범위한 디자인 업데이트"라고 설명했다.
◇ 실현할 수 있는 AI 기능에 집중
애플이 이번에 공개한 AI 기능들은 기존보다 실현할 수 있는 수준에 집중했다. 주요 기능으로는 메시지나 페이스타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언어 번역, 스팸 전화를 걸러내는 통화 차단, AI를 활용한 정보 분석 등이 포함됐다. 회사 측은 "이 기능은 전적으로 기기에서 실행되는 애플 자체 개발 모델을 통해 구현했다"며 "개인 대화는 개인 용도로만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아이패드의 경우 더 작은 창에서 여러 앱을 실행할 수 있는 다중창 기능이 추가돼 맥 컴퓨터와 비슷한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애플워치에는 운동하는 동안 AI가 개인 트레이너처럼 음성으로 격려해주고 개인별 목표 달성 시 알림을 제공하는 'Workout Buddy'(운동 친구) 기능이 들어간다.
애플은 새 운영체제 이름 짓는 규칙도 바꿔 순서대로 하는 버전이 아닌 출시 연도를 기준으로 번호를 매기기로 했다. 올해 아이폰 소프트웨어는 iOS 26으로 이름을 붙인다.
◇ 개발자와 긴장 관계는 회피
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개발자들과 높아지는 긴장 관계 문제는 대부분 피했다. 지난주 다룬 바와 같이, 많은 앱 개발자들은 최근 법원 판결을 이용해 사용자가 앱스토어 밖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국에서 애플의 30% 수수료를 피하려 하고 있다. 행사에 앞서 개발자들은 애플이 모든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15%로 낮추는 등의 제스처를 취해 자신들을 만족시키기를 바랐다.
팀 쿡 최고경영자는 새 운영체제가 지난 9일부터 개발자 베타 버전으로 나오며, 다음 달 공개 베타 버전을 거쳐 올 가을 모든 사용자에게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20억 대가 넘는 기기에 설치된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모든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즉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된다.
애플 주식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20% 떨어진 상태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출시로 시작된 현재 AI 붐에서 애플이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월가는 이번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