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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트럼프 관세'에 생산기지 재편...美 테네시 늘리고 베트남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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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트럼프 관세'에 생산기지 재편...美 테네시 늘리고 베트남 축소

1억 달러 투자해 테네시 공장 증설…냉장고·오븐까지 품목 확대 준비
원가 부담에 베트남 가동률↓…수익성 방어 위해 미국 가격 인상도 추진
LG전자가 1억 달러를 투자해 증설에 나서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 전경. LG전자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해 테네시 공장 생산을 확대하고 베트남 등 동남아 생산 비중은 줄이는 생산기지 재편을 추진한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LG전자가 1억 달러를 투자해 증설에 나서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 전경. LG전자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해 테네시 공장 생산을 확대하고 베트남 등 동남아 생산 비중은 줄이는 생산기지 재편을 추진한다. 사진=LG전자
LG전자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 정책에 맞서 생산 거점 전략을 전면 바꾼다.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대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이다.

◇ 美·멕시코는 늘리고, 베트남은 줄이고


1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LG전자는 1억 달러(약 1368억 원)를 들여 북미 최대 생산기지인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세탁기·건조기 공장을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는 증설 건물을 창고 용도라고 밝혔지만, 현지에서는 생산 라인을 늘리려는 움직임으로 본다. LG전자는 이미 미국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넘어 냉장고 같은 주요 가전 생산까지 넓힐 수 있도록 터와 설비를 확보해 뒀다.

LG전자는 미국에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아우르는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관세가 없는 품목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LG전자 조주완 최고경영자(CEO)는 "냉장고와 오븐 등 다른 가전제품도 미국에서 생산할 준비를 마쳤다"며 "관세가 본격 부과되면 미국 생산 확대를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관세 면제 혜택을 받는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도 함께 늘린다.

반면 동남아시아 생산기지 의존도는 낮춘다. 특히 베트남 북부 하이퐁 공장의 냉장고 조립 라인 가동률을 낮출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가전 생산 확대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 '관세 장벽' 넘어 북미 시장 사수


LG전자의 이 같은 전략 수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 폭탄'을 피하려는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산에 46%, 인도네시아산에 32%의 높은 관세를 예고했으며, 해당 조치는 7월 8일까지 발효가 미뤄졌다.

LG전자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어떤 변화에도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생산 등 여러 분야에서 전략을 짜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는 LG전자 전체 매출의 26%(2024년 기준)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한국(41%)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왔기에 판매량 타격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생산기지 분산, 수요와 관세 변화에 따라 생산지를 유연하게 바꾸는 '스윙 프로덕션', 가격 인상 등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대규모 증설은 '마지막 수단'으로 신중히 여긴다.

◇ 원가 부담·수익성 악화는 '과제'


그런데도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4일 미국 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50%로 두 배 올리면서 원자재 조달 비용 부담이 커졌다. 미국 공장에서 쓰는 철강 등 자재 대부분을 한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어 원가 상승 부담은 여전하다.

실제로 비용 증가는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LG전자는 2025년 1분기 매출이 22조 74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늘었지만, 물류비와 원자재비 상승 탓에 영업이익은 1조 2600억 원에 그쳐 5.7% 줄었다.

LG전자는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서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가전 부문 담당 임원은 "미국 주요 유통업체와 가격 인상 협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가격 인상은 자칫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다른 업체에 고객을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는 3분기 뒤에는 생산지 재편과 가격 정책 변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