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다음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일부 차량의 가격을 평균 270달러(약 37만6000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처음으로 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내놓은 공식 가격 조정 사례다.
2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요타는 이번 가격 인상이 관세 조치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부 스나가 토요타 대변인은 “이번 가격 인상은 자사의 정기적인 가격 검토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렉서스 브랜드 차량 역시 평균 208달러(약 28만9000원) 인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국산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 차량과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미국에 차량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국제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소비자들이 외국산 차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자국 내 제조업 기반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 왔다.
토요타의 이번 인상 발표는 일본 자동차 업계 전반에 걸쳐 미국 시장 대응 전략의 변화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관세 인상으로 부품 조달과 생산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업체들은 생산 거점을 재조정하거나 가격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는 “토요타 외에도 일본의 닛산자동차, 혼다자동차 등 일본의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가격 구조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도요타가 이번 가격 인상을 ‘정기 조정’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렉서스처럼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차량에까지 인상 조치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미국 소비자와의 가격 부담 분담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정책은 현재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 단체와 유통업체는 차량 가격 상승이 중산층과 서민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민주당 측은 “미국 내 물가만 자극하는 조치”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