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비판에 대응해 최근 논란이 된 워싱턴DC 소재 청사에 대한 리노베이션 사업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13일(이하 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연준은 최근 웹사이트에 ‘자주 묻는 질문(FAQ)’ 페이지를 새로 게시해 25억달러(약 3조4700억원) 규모의 청사 개보수 사업과 관련된 주요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FAQ는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이 지난 11일 X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호화 청사 개조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보트 국장은 파월 의장이 “연준을 심각하게 잘못 운영하고 있다”며 “옥상 정원, VIP 전용 식당, 특수 엘리베이터, 수경 시설, 고급 대리석 등 사치의 극치”라고 주장한 바 있다.
◇“VIP 식당 신설 없다…예산 증액은 설계 변경·석면 때문”
연준은 FAQ를 통해 “VIP 식당은 신설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워싱턴DC 내 내셔널몰을 마주한 에클스(건물) 내부의 회의실 일부가 회의와 식사 겸용으로 사용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 예산 초과와 관련해서는 “처음 설계 후 여러 감독 기관과의 협의에 따라 건물 설계를 변경했으며, 예상보다 많은 석면이 발견되는 등 예기치 못한 조건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CNBC는 이같은 이유로 총공사비가 애초 계획보다 7억달러(약 9710억원) 증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측은 연준이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리노베이션 사업이 적자 기조 속에 무리하게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보트 국장은 CNBC 방송에 출연해 “프로젝트의 방만함과 과잉 규모에 대해 진상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파월 해임 수순 밟나
연준의 이같은 방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이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사퇴를 반복적으로 요구해왔다.
연준은 FAQ에서 “이번 리노베이션은 1930년대 이후 전면 개보수가 이뤄진 적 없는 두 동의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업무 환경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준은 청사 리노베이션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납세자의 세금이 아닌, 연준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국채 등 증권 수익과 금융기관에 부과하는 수수료 등으로 충당된다고 밝혔다.
이번 FAQ 게시가 공식 입장문 형태는 아니지만 연준이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맞서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