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생산성 신화' 멀티태스킹의 종언…정답은 '하나에만 몰입하는 힘'

글로벌이코노믹

[심층분석] '생산성 신화' 멀티태스킹의 종언…정답은 '하나에만 몰입하는 힘'

뇌 과학이 증명한 '작업 전환 비용'…동시 처리 능력은 착각에 불과
타임 블록킹·포모도로 기법 등 디지털 소음 이기는 구체적 전략 제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알림 속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이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작업에 온전히 몰입하는 '모노태스킹'이 진정한 성과를 내는 열쇠라고 강조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알림 속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이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작업에 온전히 몰입하는 '모노태스킹'이 진정한 성과를 내는 열쇠라고 강조한다. 사진=로이터
스마트폰 알림과 소셜미디어(SNS), 이메일 등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의 평균 집중 가능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짧아졌다. 집중력은 이제 매우 드문 귀한 기술이 되었으며, 끊임없는 주의 분산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당연하게 만든다.

21일(현지시각) 포브스 재팬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을 해결책으로 삼지만, 전문가들은 바로 이 멀티태스킹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흉이라고 지적한다.

◇ '생산성 신화' 멀티태스킹의 함정

오랫동안 멀티태스킹은 '최강의 생산성 해법'이라는 신화 속에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미국 심리학회(APA)의 연구는 이러한 통념이 허구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멀티태스킹의 본질은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초인 같은 능력이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작업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잦은 '작업 전환'은 오히려 인지 자원을 크게 소모시켜 효율을 떨어뜨리고 실수를 유발하며, 한 가지 일에 몰입할 때보다 뇌를 더 빠르게 소진시킨다.
이러한 작업 전환의 반복은 번아웃 증후군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속해서 쏟아지는 메시지와 알림에 대응하며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만, 이는 진정한 의미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짜 분주함'일 뿐이다.

◇ 해결책은 '모노태스킹', 하나의 작업에만 집중하라

전문가들은 시간 관리의 핵심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신화를 버리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조언한다. 진정한 성과는 산만함이 아니라, 일에 제대로 몰두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해법은 바로 '모노태스킹(Monotasking)', 즉 방해받지 않고 하나의 작업에만 집중하는 것에 있다.

하지만 현대의 디지털 환경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집중을 방해하도록 설계했다. 스마트폰 앱은 사용자의 시선을 붙잡아두기 위해 끊임없는 스크롤을 유도하고, '확인-응답-소비'의 무한한 순환 구조로 끌어들인다. 알림이 울릴 때마다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은 이러한 주의 분산 순환을 더욱 강화한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이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주의를 분산시키는 외부 요인을 차단하는 체계와 도구가 필요하다.

◇ 디지털 소음 이기는 구체적 시간 관리법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인 시간 관리 전략으로 '타임 블록킹(Time Blocking)'이 꼽힌다. 이는 하루의 시간을 특정 작업별로 미리 나누어 할당하고, 해당 시간에는 그 일에만 집중하는 방식이다. '프리덤(Freedom)'이나 '포커스미(FocusMe)'와 같은 생산성 앱을 활용하면 정해진 시간 동안 불필요한 웹사이트나 앱 접속을 차단해 온전한 몰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포모도로 기법(Pomodoro Technique)' 또한 널리 알려진 전략이다. 25분간 깊이 집중하고 5분간 짧은 휴식을 취하는 주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뇌가 부담 없이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고, 규칙으로 삼는 휴식을 통해 정신을 회복해 반복할수록 집중력이 높아진다.

단순히 바쁜 것과 성과를 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바쁨을 추구하는 것은 자칫 번아웃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정작 중요한 전략 사고나 창의성을 발휘할 여유를 앗아가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 매트릭스(Eisenhower Matrix)'는 업무를 △긴급하고 중요한 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의 네 가지로 나누어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이메일이나 회의 같은 수동 업무에 시간을 잠식당하기 전에 영향력이 큰 핵심 업무에 시간을 집중해서 배분할 수 있다.

◇ 완벽주의와 미루는 습관, 마음의 장벽 넘어야

시간 관리는 단순히 일의 순서를 정하는 '일 처리(logistics)'의 문제를 넘어 감정의 문제와도 깊이 얽혀 있다. 많은 이들이 업무의 방대함이나 난이도에 압도되어 일을 미루는 습관을 갖는다. 이러한 마음의 부담감은 SNS를 확인하는 등의 회피 행동으로 이어져 스트레스를 더한다.

해결책으로 거대한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쉬운 작은 단위로 쪼개는 '청킹(Chunking)' 기법을 쓸 수 있다. 일을 작게 나누면 마음의 부담이 줄어들고 실행할 수 있는 명확한 경로가 보여 일을 시작하기 수월해진다. '완벽주의' 역시 행동을 마비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작고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조금씩 '전진'하는 데 집중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완벽보다 진전'이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 유연한 균형 감각이 핵심

체계를 갖춘 시간 관리 전략은 꼭 필요하지만, 지나친 엄격함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하기에, 계획이 틀어졌을 때 불만과 좌절에 빠지기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일정에 예상치 못한 일을 위한 '여유'를 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일부러 갖는 '휴식'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닌, 집중력과 에너지를 지속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투자다. 주기적인 휴식 없이는 번아웃과 생산성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 짧더라도 규칙으로 삼는 휴식은 효율을 높이고 사고를 명료하게 유지해준다.

쉴 새 없이 주의를 분산시키는 시대에 생산성을 지키는 열쇠는 모든 방해 요소를 완벽히 차단하려는 강박적인 효율 추구에서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변화무쌍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집중력을 지킬 수 있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고, 유연한 균형 감각을 기르는 데 그 해법이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