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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끝인가?...중국 내 美 기업, 미·중 관세전쟁에 신규 투자 절반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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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끝인가?...중국 내 美 기업, 미·중 관세전쟁에 신규 투자 절반 ‘스톱’

중국 주재 미국 기업의 전례 없는 선택, 관세전쟁·경기둔화 등 기업 환경 급변이 원인
미중비즈니스협의회 연례조사 결과 발표
2025년 3월 23일,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중국 발전 포럼 참석자들과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리창 중국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3월 23일, 중국 베이징의 댜오위타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중국 발전 포럼 참석자들과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리창 중국 총리.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사이에 관세 충돌과 외교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올해 신규 투자를 미루거나 아예 계획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비즈니스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 USCBC)는 최근 2025년 연례 회원 설문조사 발표에서, 조사 대상 130곳 가운데 52%2025년 중국에서 새로운 투자를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비율은 2024년에 나온 20%보다 크게 높아졌고, 2006년 해당 항목 조사가 시작된 뒤 최고치다.

설문은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에 이뤄졌고, 조사 대상의 43%는 중국 안에서 해마다 10억 달러(13900억 원) 이상을 매출로 올리는 대기업들이라고 지난 19(현지시각) 에포크 타임스가 보도했다.

카일 설리번 USCBC 부사장은 "응답 기업 중 절반이 넘게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 34%는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에 세우려던 투자 계획을 실제 줄였거나 완전히 멈췄다고 밝혔다. 이 역시 지난해 26%에 견줘 비율이 더 높아졌다.

◇ 관세·수출 제한·규제 심화가 기업 활동 위축에 직접 영향


이번 조사에서 미국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어려움은 관세 충돌과 외교 마찰이었다. 관세와 미중 양국의 정치 갈등 문제는 지난해 조사에서 8번째로 걱정되는 항목이었지만 이번에는 2위로 뛰어올랐다. 응답 기업의 88%"최근 미중 관계 악화와 지정학 갈등의 영향권에 있다"고 답했다. 68%는 관세 영향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제한과 제재 등 양국 정부의 새로운 규제 정책으로 불이익을 겪었다는 대답 역시 43%로 나타났다. USCBC"이번 설문 결과를 보면 수출 통제 조치의 영향이 반도체 아래에서도 더 넓게 퍼진 양상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80%) 기업은 "중국 업체들이 정부 혜택, 세금 감면, 보조금 등 여러 지원을 받는다"고 실제로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중국 경제의 경기 둔화, 내수 부진, 산업계의 생산력 초과(이른바 과잉 생산)도 발목을 잡는다고 밝혔다. 전체의 88%가 중국 경제 둔화를 걱정한다고 썼고, 74%는 지나친 생산력 집중과 최종 소비 위축까지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과잉 생산 영향을 받은 미국 기업들 가운데 81곳은 중국 안에서 '경기 하락과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적 재산권을 보호받는 정도가 나아졌느냐에 관한 질문에는 52%"전혀 변화 없다", 36%"조금 나아졌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12%"중국 진출을 위해 핵심 기술·지적 재산을 중국 쪽에 드러내거나 넘겨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다"고 적었다.

◇ 중국 시장 계속 버틸지에 부담도 커져


조사에서는 미국 기업 82%가 지난해 중국 현지에서 이익을 냈지만, 앞으로 수익이 더 좋아지리라 여기는 기업은 25%에 불과했다. 중국에서 일한 지 20년 넘는 기업이 80%가 넘었고, 전체 응답자의 91%"여전히 중국 시장은 우리 회사가 세계에서 경쟁하려면 버려선 안 되는 시장"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미중 관세 충돌, 정치 갈등, 연이은 수출·투자 제한 조치들이 미국 기업 경영진의 부담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본다.

각종 규제와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도 당장 중국 시장을 완전히 등지는 길을 택하는 기업은 많지 않지만, 대형 미국 기업조차 신규 투자를 줄이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그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