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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력망 '대정전 카운트다운'…재생에너지 역효과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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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력망 '대정전 카운트다운'…재생에너지 역효과 현실화 우려

"2030년 평균 34일 정전·전기요금 40% 폭등 전망"
2025년 6월 23일 미국 뉴욕시에 폭염 경보가 발효되면서 맨해튼 스카이라인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6월 23일 미국 뉴욕시에 폭염 경보가 발효되면서 맨해튼 스카이라인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심각한 전력 공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미국 에너지부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인용해 현재 풍력·태양광 발전 보조금 정책이 오히려 전력망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2030년 평균 34일 정전 예상


에너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104기가와트(GW)의 기저부하 전력이 폐쇄되면서 2030년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개발 중인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 209GW가 완공되더라도 전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일반 기상 조건에서 미국인들이 2030년 평균 817.7시간(34) 동안 정전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폭염이나 폭풍 등 극한 기상 상황에서는 정전 기간이 최대 55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발전소 가동 중단이 없는 상황에서도 수요 증가만으로 269.9시간(11)의 정전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재생에너지가 석탄·가스 발전을 대체하는 미국 중부 지역에서 전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보조금 정책의 왜곡 효과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과도한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지목했다. 현재 보조금은 프로젝트 비용의 50% 이상을 상쇄할 수 있어 태양광·풍력 발전이 신규 기저부하 가스 발전소 건설보다 수익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태양광·풍력·배터리가 올해 신규 공공사업 규모 발전 용량의 9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을 보완하는 석탄·원자력·가스 발전소들은 간헐 가동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어 폐쇄가 가속화되고 있다.

급증하는 세계 수요 때문에 신규 가스터빈이 부족한 현상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터빈 제조업체들은 2000년대 초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을 늘렸지만, 지난 10년간 연방 정부 보조금과 주 정부의 재생에너지 의무화 정책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과잉 생산 능력을 유지해야 했다.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만큼 새로운 가스 발전소를 제때 건설할 수 없다며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보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들 주장이 사실이라면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보조금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풍력·태양광 프로젝트의 전력망 연결 대기 시간도 4년에서 9년으로 늘어나는 등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IRA가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늘려 이러한 지연을 가중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요금 상승도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텍사스의 경우 지난 7년간 가정용 전기요금이 약 40% 올랐다. 풍력과 태양광이 기저부하 전력보다 3배 이상 비싼 피커 가스 발전소나 배터리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전력 부족 시 가격 급등을 부르며, 부하와 주파수 변동 조절을 위한 추가 송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세액 공제의 재정 혜택이 전기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주 정부 규제를 받는 전력회사가 프로젝트를 건설할 때만 해당된다. 세액 공제는 일반적으로 독립 발전사의 수익만 늘려준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력망 안정성 회복을 위해서는 의무와 보조금의 왜곡 없이 에너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공화당 예산안의 풍력·태양광 보조금 단계적 폐지 방향이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