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존을 위해 새로운 무역 길 모색, 미국발 관세 인상이 세계 무역질서 판도 뒤집어

◇ 관세 인상에 따른 현장의 변화
미국의 새 관세율은 오는 8월 1일부터 브라질, 멕시코 등 주요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50% 수준까지 적용될 예정이며, 이미 일부 품목에서는 새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최대 항구 산투스에서는 미국행 수출 물량 조정 움직임이 뚜렷하다.
경제 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국이 최근 6개월간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15%까지 올렸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식품·생활용품·산업재 기업들은 생산비 부담과 공급망 혼란에 시달리고 있다.
관세 인상은 비료 수입구조와도 연관이 있다. 미국의 요소(비료) 수입에서 올해 5월 러시아가 차지한 비중은 64%로 지난해 두 배로 늘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주요 수출국에는 10% 관세를 올린 데 따른 것이다.
◇ 공급망 적응과 무역 판도 변화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공급망 재구성 움직임이 빨라졌다고 본다. QIMA(키마) 세바스티앙 브레토 대표는 “최근 유럽 제조업체가 중국 공급사를 찾는 주문이 5% 늘어난 반면, 미국 업체 주문은 24%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도 빠른 시일 내 상품을 들여오려다 한꺼번에 재고를 쌓는 일이 늘었으며, 생산·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무역 관계가 깊은 유럽연합(EU)은 아랍에미리트, 남미 메르코수르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을 둘러싼 새로운 무역 질서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 식품 등 주요 품목 가격도 오르고 있다. 미국 최대 철강회사 누코(Nucor)는 올해 열연 코일(t당)의 공장 가격을 1월 695달러(약 96만 원)에서 877달러(약 122만 원)까지 두 차례 인상했다고 밝혔다. 콘아그라 측은 “철강 관세 부담으로 제품 출고가를 순차적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수입 사업자들은 현장에서 직접 부담을 느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예디 하우스웨어(Bobby Djavaheri 사장)는 “관세가 크게 올라서 이번 한 해만 지난 10년 전체보다 많은 관세를 냈다”고 밝혔다. 정부는 6월 한 달 관세 수입이 270억 달러(약 37조 5800억 원)로, 이전보다 네 배 가까이 많다고 설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앨런 울프(Alan Wolff) 전 부사무총장은 “미국이 더는 세계 무역의 중재자이길 그만두고 각개 교섭에 나서는 근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와 주요 수입국, 수출국은 8월 1일 추가 무역협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공급망 점검과 대체 시장 찾기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책의 영향이 주요 품목 가격과 기업들의 경영, 국제 무역 흐름 등 곳곳에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