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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주도 명품 시대"...한국 소주, 미국서 1억1400만 달러 수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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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주도 명품 시대"...한국 소주, 미국서 1억1400만 달러 수출 대박

한류 타고 '제2의 전성기'...2세 증류소들 "녹색병 아닌 프리미엄으로 승부"
한국 소주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교포들이 만든 전통 소주가 미국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소주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교포들이 만든 전통 소주가 미국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류 바람과 함께 미국에서 한국 전통주 소주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국 음식 전문매체 푸드앤와인은 지난 22(현지시각) 한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수제 소주 증류소들이 전통 소주를 현지 입맛에 맞게 새롭게 해석한 제품으로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소주의 미국 진출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한국 소주 수출액은 11400만 달러(1575억 원)을 기록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1억 달러(1380억 원)을 넘어섰다. 2022년부터 연간 매출 성장률은 해마다 2.9%를 기록했다.

소주는 13세기 몽골의 한국 침입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뿌리를 가진 전통 쌀 증류주다. 쌀이 가장 일반적인 재료이지만 다양한 과일과 곡물로도 만들 수 있어, 아시아계 미국인 사업가들이 새롭게 시도하기에 좋은 분야로 평가받는다.

◇ 한국계 미국인 주도 수제 소주 브랜드 잇따라 등장


미국 수제 소주 시장을 이끄는 대표 브랜드는 요보 스피릿츠다. 창립자 캐롤린 킴은 2015년 뉴욕 북부산 포도를 활용한 소주를 첫 출시해 미국 유일의 수제 소주 브랜드로 출발했다. 이후 곡물과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방식으로 바꿨다.

킴과 남편이자 경영진인 제임스 쿰은 많은 사람들이 소주를 대량 생산되고 타피오카 전분 같은 것으로 만들어지는 값싼 '녹색 병' 소주와 연결해서 생각한다고 여긴다. 쿰은 "이미 전통 소주를 놀랍도록 잘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우리는 소비자에게 완전히 다른 경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민화 스피릿츠의 공동 창립자 제임스 킴은 "우리에게 소주는 누룩에서 발효된 쌀 기반 증류주로, 천연 효모 때문에 약간의 개성이 있는 데킬라에 훨씬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민화는 아칸소산 쌀과 조지아 샘물, 한국 거제도에서 전해 내려온 전통 막걸리 양조 기술을 활용해 알코올 도수 40%의 고품질 소주를 생산한다.

미국 수제 소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토키 소주다. 2016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브랜든 힐이 세운 토키 소주는 미국 최초의 전통 쌀 소주를 생산한 증류소가 됐다. 힐은 3년 뒤 한국 충주로 사업을 옮겼다.

현재 미국 수제 소주 시장에는 웨스트 32와 민화 스피릿츠가 활동하고 있고, 나무 증류소가 올해 말 보스턴에 문을 연다.

◇ 한류와 건강 관심이 성장 동력


미국에서 소주 인기가 커지는 데에는 한류 콘텐츠의 힘이 크다. 쿰은 "많은 비한국인들이 K-드라마를 보고 소주를 마시고 있다""문화 밖의 사람들은 '저게 뭐야? 나도 그걸 마시고 싶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킴과 쿰은 소주의 인기 요인으로 낮은 알코올 도수와 글루텐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요보는 지난 2022년 유명 셰프 크리스틴 키시와 손잡고 키시 아페리티프라는 리큐어를 내놓으며 레시피의 밀을 옥수수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대형 유통업체도 한국 소주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미국 최대 증류주 유통업체 가운데 하나인 스피릿 오브 갈로는 한국 롯데칠성음료와 손잡고 순하리, 처음처럼, 새로 등 소주 브랜드의 미국 유통을 늘렸다.

민화 스피릿츠의 공동 창립자 밍 한 정은 "소주는 강한 맛과 가장 잘 어울린다""알코올 도수 40%의 고도수 소주를 구운 고기와 매운 음식과 함께 마시면 기름기를 없애는 입맛 정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주는 한국식 바비큐와 가장 잘 어울리지만, 깔끔하게 마시면 프라이드 치킨, 태국 요리, 멕시코 요리와도 잘 맞는다. 최대한 시원하게 마시려면 항상 섭씨 47도에서 차갑게 해서 내놓아야 한다.

쿰은 현재 상황에 대해 "그 순간이 왔다""소주가 도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산 소주 생산이 소수의 작은 생산업체에 머물러 있지만, 그는 이를 "현재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의 밝은 점 가운데 하나"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