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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미국산 쇠고기 생물보안 제한 해제...관세 협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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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미국산 쇠고기 생물보안 제한 해제...관세 협상 대응

2003년 광우병 이후 22년만 전면 완화, 트럼프 "무역격차" 압박에 굴복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철회 등 협상카드로 활용 전망
2024년 7월 11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블랜차드 근처의 초원 와규 목장에서 와규 소가 먹이를 먹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7월 11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블랜차드 근처의 초원 와규 목장에서 와규 소가 먹이를 먹고 있다. 사진=로이터
호주가 24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엄격한 생물보안 제한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3년 광우병 발견 이후 22년 만의 전면 완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압박에 대응한 조치로 분석된다고 2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줄리 콜린스 호주 농무부 장관은 "광범위한 과학 및 위험 검토 끝에" 미국이 생물보안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행한 조치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쇠고기 수입 검토는 지난 10년 동안 엄격한 과학과 위험 기반 평가를 거쳤다"며 "정부는 생물보안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양자 무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우려를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 4월 미국 쇠고기 생산량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호주의 대미 쇠고기 수출이 급증해 40억 호주달러(26억4000만 달러)에 달한 후 쇠고기 무역 격차를 지적했다.

호주는 2003년부터 소 해면상 뇌병증(광우병)을 발견한 후 미국산 쇠고기의 입국을 제한해왔다. 2019년에는 일부 제한을 해제했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조건을 유지했다. 호주는 소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도축된 경우에만 입국을 허용했는데, 소가 미국·캐나다·멕시코 사이를 자주 이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사항을 증명할 수 있는 화주는 거의 없었다.
미국은 작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농장과 공급망을 통해 모든 소를 식별하고 추적하기 위해 더 많은 추적 방법을 도입했다. 이러한 개선된 추적 시스템이 호주의 제한 완화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는 호주가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를 철회하고 의약품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을 막기 위해 이번 규제 완화를 활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는 지난 4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호주의 엄격한 생물보안 규정을 완화할 가능성을 배제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지속적인 압박과 관세 위협 앞에서 결국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엄격한 생물보안 규칙이 질병이 없는 소를 보호하고 일본과 한국과 같은 수익성 있는 시장에 대한 접근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호주산 쇠고기는 지방 함량이 낮고 가격 경쟁력이 있어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호주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서 중요한 양보 카드를 사용한 셈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다소 해소하고, 동시에 자국이 직면한 관세 위협을 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