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위기 모면한 유럽, 3년간 美에너지 '대박 쇼핑' 약속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EU에서 들여오는 대부분 제품에 15%의 관세를 매기는 대신, EU는 미국의 추가 에너지 제품과 무기에 수천억 달러를 쓰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발표하면서 "이것은 아마도 무역이든 무역을 넘어 어떤 자격으로든 도달한 가장 큰 합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에 3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번 합의로 양측은 더 높은 관세 부과를 피하게 됐다.
◇ EU, 앞으로 3년간 해마다 2500억 달러 에너지 구매
합의의 핵심 내용을 보면 EU는 앞으로 3년 동안 해마다 2500억 달러(약 346조 원) 규모의 미국 에너지 제품을 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미국 에너지 제품에 7500억 달러(약 1038조 원)을 추가로 쓰고,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30조 원)을 투자하며, 거래의 일환으로 수천억 달러어치의 미국 군사 장비를 "엄청난" 양으로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15% 관세는 EU가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에 적용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오늘의 거래는 불확실한 시기에 확실성을 만들어낸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의 15% 관세가 "일부" 유럽 산업에 "도전"이 될 것임을 인정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관세 없이 자국을 열어주는" 대가로 자동차를 포함한 EU 상품에 1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50%로 정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부과금은 EU 제품에 대해서도 15%로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무역 불균형 해소 압박과 앞으로 불확실성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높은 관세를 위협해 미국의 무역 상대들에게 협상을 강요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진 턴베리 협상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EU 무역 관계가 "미국에 불공평하다. 일방향 관계"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작년 거의 2000억 유로(약 325조 원)에 이른 EU의 대미 상품 무역 흑자를 줄여야 한다는 데 동의하며 "우리는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우리는 가장 큰 수출 시장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미국 무역 상대들은 트럼프와 관세 인하 합의를 맺더라도 앞으로 미국의 부과금에 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