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직격탄 피해 몰린 글로벌 공장…공급망 ‘빨간불’ 켜진 이유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 관세를 부과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와는 현지 생산품에만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상품이 이들 국가를 거쳐 들어올 경우 우회 수출로 보고 40%의 추가 관세를 붙인다. 미국 백악관은 이 규정이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런던 S&P 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의 공급망 연구 책임자인 크리스 로저스 수석연구원은 “이번 규제는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까다로운 원산지 규칙으로 물류 절차가 복잡해지고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중국산 옷 입은 베트남산’ 논란…美세관 70% 이상 ‘우회 수입’ 중국과 연관
미국 국세당국은 중국 제조기업들이 높은 관세를 피하려고 베트남·말레이시아 등으로 물품을 보내 중간재 라벨을 바꾸고 서류를 조작하는 ‘환적’이 대규모로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RAND연구소 워싱턴 지점의 제라르드 디피포 수석연구원은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중국의 대동남아 수출 증가분 중 30%가량이 최종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S&P 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중국이 동남아 10개국에 수출한 규모가 3300억 달러(약 454조8000억 원) 늘었고, 이들 나라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은 2200억 달러(약 303조2400억 원) 증가했다.
뉴욕 로펌 GDLSK의 데이비드 머피 변호사는 “미국 세관은 빅데이터와 패턴 분석 기술로 의심 거래를 잡아내고 있지만, 새로운 관세 조치가 꼭 필요한지 현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미국 세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환적 조사를 한 248건 중 3분의 2 이상이 중국과 관련 있다.
미 법무부는 올해 5월 무역·관세 사기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며, 환적으로 확인된 중국산 목재 캐비닛, 송유관, 트레일러 섀시 등을 집중 수사하기 시작했다. 슈어그린 어소시에이츠의 루크 마이스너 변호사는 “중국 물류업체들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제3국 창고에서 서류를 조작하는 체계를 갖췄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업체가 적발되면 현지 수입법인이 곧바로 폐업하는 사례도 흔하다.
◇ 고율 관세→라벨 갈아타기 반복…“차익 크면 편법 계속될 것” 진단
미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지만, 저임금 국가에 세탁 공장이나 법인을 세우거나 중국산 중간재에 베트남 라벨을 붙이는 등 우회 방법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글로벌정책대학원 학장인 캐롤라인 프로인트 교수는 “관세 차이가 40%에 이르면, 기업들은 법망을 피해 통관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물류 전문가는 “추가 서류 작업과 국경 통과 절차가 늘면, 공급망 운영비와 물류비가 함께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때 체결한 북미 무역협정 원산지 규칙이 270쪽에 달할 정도로 복잡했다. 동남아 국가와도 이처럼 합의가 이루어질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최근 5월 미국의 중국산 수입액은 205억 달러(약 28조2500억 원)으로, 3년 전 같은 달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제조에 쓰이는 중국산 부품 비중은 여전히 높다”면서 자동차, 전자제품, 섬유 산업에서 중국 중간재 우회 수입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