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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조용히 ‘전기차 강국’ 부상…신차 76% 전기차로 세계 2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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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조용히 ‘전기차 강국’ 부상…신차 76% 전기차로 세계 2위 수준

지난해 5월 14일(현지시각) 네팔 카트만두의 한 충전소에서 남성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5월 14일(현지시각) 네팔 카트만두의 한 충전소에서 남성이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전 세계 주요국이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네팔이 조용히 '전기차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인용해 “지난 1년간 네팔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76%가 전기차였으며 이는 세계 평균 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라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네팔은 인구 규모나 산업 기반에 비해 이례적인 전환 속도를 보이고 있다.

◇ 수력발전·세금 감면·중국산 EV…세 가지가 만든 ‘조용한 혁명’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전체 전력의 대부분을 수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인도와의 유류 공급 갈등 이후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규모 수력발전을 추진했고 현재는 전력 자립도가 높아지며 전기차 도입 여건이 조성됐다.

정부는 전기차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 수입에 18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전기차에 대해서는 이를 40% 수준으로 낮췄다. 일렉트렉은 “이같은 세제 혜택으로 현대차의 전기 SUV가 동일 차종의 내연기관 모델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 충전소도 전국에 62곳이 설치됐고 민간과 가정용 충전기까지 포함하면 수백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팔의 전기요금 기준으로는 전기차 충전비용이 휘발유 차량 주유비의 약 15분의 1 수준이다.

◇ 비야디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 ‘점령’…“테슬라급 성능, 절반 가격”


네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중국 브랜드다.

태양광 장비 유통업체에서 출발한 야무나 슈레스타는 중국 비야디의 네팔 독점 딜러로 전환한 뒤 전국에 18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4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비야디 딜러매장의 한 관계자는 “네팔 소비자들은 테슬라급 차량을 절반 가격에 사고 있는 셈”이라며 “인도 브랜드는 가격과 성능 모두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야디 외에도 수십 개의 중국 브랜드들이 네팔 시장에 진출하며 불과 5년 만에 자동차 시장 구조 자체가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됐다.

◇ 실용성과 경제성도 입증…과제는 정치 불안정


네팔에서는 중산층 운전자들도 전기차의 경제적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전직 경찰관인 지트 바하두르 샤히는 약 3만3000달러(약 4620만원)를 들여 전기 미니버스를 구입한 뒤 카트만두와 고향 간 월 10회 왕복 운행으로 차량 대출을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년 안에 완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제도 남아 있다.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고 배터리 재활용이나 안전기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정치적 불안정성도 위험 요소다. 네팔은 최근 5년간 총리가 세 차례나 교체됐고 올해 들어 전기차에 대한 일부 관세가 다시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도 타타모터스의 네팔 총판인 라잔 바부 슈레스타는 “정부 인센티브가 사라지면 시장은 다시 내연기관차로 회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대중교통·이륜차 전환은 ‘숙제’


네팔 인구 다수는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이나 이륜차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국영 버스 운영사 사자 야타야트가 41대의 전기버스를 운행 중이며 중국이 추가로 100대를 기증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통 전문가들은 “카트만두 계곡 전체 수요를 충족하려면 전기버스가 최소 800대는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륜차 역시 인도에 비해 전동화 속도가 뒤처진 상태다.

치리 바부 마하르잔 랄리트푸르 시장은 NYT와 인터뷰에서 “우리 도시는 화석연료 차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매우 어렵다”며 “그래도 반드시 뭔가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