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홀로 30억 달러 타격…"팬데믹보다 심각한 위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동차 업계가 겪은 가장 큰 피해다. 토요타는 이미 영업이익이 30억 달러(약 4조1400억 원)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으며, 내년 3월까지 관세로 인한 부담이 총 95억 달러(약 13조1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관세 비용이 40억~50억 달러(약 5조5300억~6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이는 토요타 다음으로 업계에서 가장 큰 관세 부담 규모다.
◇ 업체별 엇갈린 명암…테슬라만 '방탄'
GM은 "일관된 가격 정책"으로 관세 비용의 약 10%를 상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테슬라는 3억 달러(약 4100억 원) 수준의 가벼운 타격만 받았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10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순이익은 올해 약 25% 줄어 2020년 팬데믹 당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 필립 우쇼와는 "아무도 다른 업체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행동하려 서두르지 않는다"며 "모두 트럼프한테서 불쾌한 트위터 글을 받을까 봐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토요타 재무 책임자 다카노리 아즈마는 "결국 고객이 제품을 원하는 가격이 얼마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 '메이드 인 아메리카' 러시…생산기지 대이동 시작
자동차 업계는 관세 부담을 줄이려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M은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픽업트럭 생산량을 늘리고 캐나다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회사 측은 이런 제조 조정으로 내년 관세 비용의 10분의 1을 더 상쇄하겠다고 밝혔다.
GM은 지난 6월 미국 생산량을 늘리려고 40억 달러(약 5조52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이쿼녹스와 블레이저 모델을 2027년에 미국 공장에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닛산은 일본 수입 대신 테네시주 스머나에서 로그 SUV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혼다의 에이지 후지무라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3일 "자본 투자에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미국 공장에 추가 교대 근무를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 미국에 210억 달러(약 29조 원) 투자를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5월 중형 SUV인 GLC 생산을 유럽에서 앨라배마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볼보자동차의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는 "세계화와 글로벌 자동차 시대는 끝나고 좀 더 지역화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기후 규제 완화로 업계 전략 변화 촉진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규제 완화 움직임도 자동차 업계의 전략 변화를 빠르게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판매를 늘리거나 배출권을 사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수익성 높은 픽업트럭 판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포드는 지난주 규제 크레딧 구매를 이미 15억 달러(약 2조 원) 줄였다고 발표했다. 또 내년부터 미국산 차량 구매자들이 세금에서 대출 이자 지불액으로 최대 1만 달러(약 1380만 원)를 빼 주는 정책도 업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편, HSBC 애널리스트 마이크 틴달은 "자동차 업체들이 새 공장을 짓기보다는 기존 공장 가동률을 높여 관세에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만의 파비안 브란트는 "과거처럼 전 세계 어디서나 팔 수 있는 똑같은 차를 만드는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지역마다 다른 차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