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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에 숨통 죄인 일본 경제... 5500억 달러 대미 투자·관세 해석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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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에 숨통 죄인 일본 경제... 5500억 달러 대미 투자·관세 해석 갈등 심화

미국과 일본 무역 협정 논란, 경제 회복에도 부담으로 작용 가능성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사진=로이터
일본과 미국이 지난 723일 발표한 무역 협정이 관세 산정 방식과 투자 약속 해석 차이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빚으며 일본 내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와 국회는 협정의 애매모호함과 미국의 일방 행정명령 집행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으며, 실제 기업과 경제에 미칠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8(현지시각) 이 사안을 상세히 보도했다.

◇ 관세율 해석 충돌…일본산 쇠고기 등 '추가 부담' 우려


일본과 미국은 지난달 협정을 통해 일본산 제품에 상호 관세율 15%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서면 합의문이 없어 양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차이가 크다. 일본 정부는 기존에 15%를 넘는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은 이번 15% 관세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했다. 반면 미국은 26.4% 관세가 붙은 쇠고기 등 품목에 추가로 15%가 붙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일본 측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국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며, 정한 규칙을 자주 뒤집는다고 이번 협상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오노데라 이츠노리 정책책임자도 미국은 동맹국임에도 예측 불가능한 정책을 자주 내놓아 일본 등 동맹국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의 아카자와 료세이 수석 무역 협상가는 미국과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고, 양국이 일본 해석에 동의했다고 발표했지만, 백악관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5500억 달러 투자, 해석 차이…자동차 관세도 시행 시기 불분명


이번 합의에서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7653200억 원) 투자 계획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일본의 서명 보너스라고 말했고,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이 주도해 정부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아 투자한다고 반박했다. 일본 측은 미국이 일본 기업의 투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동차 관세 역시 일본에서는 15%로 낮추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시행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아카자와 협상가는 서면 합의의 필요성을 지적받자 서류로 남기면 오히려 미국과 협상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도쿄대학교 사하시 료 교수는 이번 합의는 미·일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고비에 들어선 모습이라며 협정이 신뢰와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미국 관세 정책 변화 기대감에 니케이225 지수가 2% 이상 상승했다.

◇ 일본 경제 현황과 무역 협정의 영향


최근 3년간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20251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0.2% 줄며 경기 둔화가 나타났다. 일본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수출 감소와 고물가로 인한 민간소비 위축, 그리고 민간소비의 정체가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경제 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KCIF)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일본 경제가 0.7~1%GDP 감소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약화 우려가 크고, 일본 정부는 자동차 관세 철폐를 위해 강력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들은 2025년 일본 경제가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나, 무역 협정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미국의 정책 변화가 리스크로 작용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 5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미국 내 투자가 일본 GDP의 약 14%에 달해 그 영향력은 막대하지만, 일본이 투자 수익 통제권을 잃는 구조여서 내수 중심 회복세에 제약을 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일본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관세 인하에 따른 기업 수익 개선 기대를 불러왔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경제적 종속성 심화와 정치·경제적 갈등 영향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무역 협상은 일본 경제의 회복 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일 관계의 신뢰 문제와 경제 협력의 지속 가능성에 도전 과제를 남기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