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건설장비 부품 ‘우회수출’ 겨냥해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확대
국내 관련 업계, 미국 시장 공급망 검증 리스크 가중…“통상 대응 체계 재정비 시급”
국내 관련 업계, 미국 시장 공급망 검증 리스크 가중…“통상 대응 체계 재정비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제3국을 경유해 관세를 회피하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미국이 직접적인 검증에 나서면서,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기업들에 비상이 걸려 있다.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 국제무역청(ITA)은 7일(현지시간) 연방관보를 통해 지난 5월 접수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 신청 건을 공고하고 공식적인 조사 개시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공고는 단순히 조사 사실을 알리는 것을 넘어, 미국 시장 내 중국산 제품의 우회 경로를 본격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철도·건설기계 핵심 부품 정조준…우회수출 경로 차단
이번 조사 신청의 핵심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멕시코 등 제3국으로 건너가 단순 가공을 거친 뒤 미국으로 다시 반입되는 이른바 ‘우회 수출’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데 있다.
상무부 공고에 명시된 주요 조사 대상 품목을 살펴보면, 먼저 철도 물류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화물 철도 연결기 및 부품(Freight Rail Couplers and Parts)’이 포함됐으며, 이와 함께 건설 및 광산 현장의 이동식 장비(MAE)에 탑재되는 ‘하부 조립품 및 각종 연결 브래킷’ 역시 조사 리스트에 올랐다.
아울러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환자 치료 등에 쓰이는 ‘치료용 에어 매트리스(Therapeutic Air Mattress)’가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며, 전방위적인 우회 수출 차단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청원인 측은 이들 품목이 멕시코 등지에서 사실상 원형을 유지한 채 조립만 거쳐 미국으로 수출됨으로써 기존의 반덤핑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무부는 공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청을 기각하지 않으면 조사가 자동으로 개시된다. 과거 유사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최종 판정 결과에 따라 품목별로 20%에서 최대 100%를 상회하는 징벌적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공급망 ‘검증 리스크’ 현실화…중간재 다변화 과제
국내 관련 업계는 이번 조치가 한국에 직접적인 관세 타격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체계 안에서 ‘공급망 검증 리스크’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건설기계 및 철강 가공업체는 원산지 증명 요구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이 ‘중국산 배제’를 넘어 ‘공급망 투명성 확보’로 규제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의 허점을 이용한 우회 수출을 정밀 타격하기 시작했다”며 “국내 기업들도 원재료 조달부터 최종 생산까지 공급망 전 과정에 대한 추적성(Traceability)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국 수출길에서 예기치 못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통상 불확실성 증대…선제적 대응 체계 마련해야
상무부의 이번 행보는 미국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철강 및 장비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향후 상무부의 조사 과정에서 생산 공정과 부품 조달 경로를 투명하게 소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무역 전문 법률법인 관계자들은 “향후 조사 과정에서 청원인과 피청원인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기업들은 국제무역행정시스템(ACCESS)을 통해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통상 법률 자문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결국 글로벌 기업들에게 ‘중국산 부품 리스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경영 변수로 격상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