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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모빌, 로스네프트와 러시아 복귀 논의…트럼프-푸틴 회담 뒤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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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모빌, 로스네프트와 러시아 복귀 논의…트럼프-푸틴 회담 뒤 움직임



지난 2006년 10월 10일(현지시각) 러시아 사할린-1 차이보 유전에서 육상 시추 시설이 가동됙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06년 10월 10일(현지시각) 러시아 사할린-1 차이보 유전에서 육상 시추 시설이 가동됙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민간 석유기업인 미국의 엑손모빌이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러시아 사할린 프로젝트 복귀를 비밀리에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이후 극적인 화해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협력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은 “양국 태평양 연안을 잇는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밀 협상, 사할린 복귀 조건 모색

WSJ에 따르면 엑손모빌 고위 임원인 닐 채프먼 수석부사장이 올해 초 카타르 도하에서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사할린-1 프로젝트’의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사할린-1 프로젝트는 러시아 사할린섬 인근 오호츠크해에서 엑손모빌·로스네프트 등 국제 컨소시엄이 지난 1990년대부터 진행해온 대규모 석유·가스 개발 사업이다.

세친은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 미국 제재 명단에 올라 있으나 엑손모빌은 미 재무부로부터 협상 허가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엑손모빌은 사할린에서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2022년 철수 과정에서 약 40억달러(약 5조9000억원)를 손실 처리했다. 러시아 정부가 매각을 막고 지분을 몰수한 데 따른 것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복귀 협상을 통해 최소한의 손실 회수를 목표로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외국인 투자 길 열어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 회담 당일 외국 기업이 사할린 운영 법인에 다시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다만 조건으로는 해외 장비 및 부품 제공, 대러 제재 완화 로비 등을 내걸었다.

◇美·러 협상, 평화 프로세스 연계

엑손모빌의 복귀는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협상 결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 성공할 경우 서방 기업의 재진출이 가능해지지만 협상 결렬 시 제재가 더 강화될 수도 있어서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 속에서도 원유 생산을 유지했으나 기술·투자 부족으로 장기적 생산 능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러시아 정유시설과 송유관 가동에도 차질을 빚었다.

◇전략적 의미

엑손모빌의 복귀는 서방 자본과 기술 확보를 원하는 러시아에 큰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다. 사할린 프로젝트는 엑손모빌 전체 생산량의 약 3%를 차지했으며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안정적 원유 공급원이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 경제가 제재·고금리·인플레이션으로 둔화되고 국가의 자산 압류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서방 기업들이 과거와 같은 경영 환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