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획 무기에서 자주 개발 첨단 장비로 변화
9월 3일 전승절 퍼레이드, 군사 개혁 성과 과시 무대 될 듯
9월 3일 전승절 퍼레이드, 군사 개혁 성과 과시 무대 될 듯

1949년 건국 당시 노획 무기에 의존했던 게릴라 부대에서 미국과 군사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현대군으로 변모한 과정이 역대 퍼레이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 노획 장비로 시작된 첫 퍼레이드
중국 최초의 군사 퍼레이드는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하는 날 열렸다. 해군, 육군, 공군 16,400여 명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선보인 장비는 대부분 일본군과 국민당으로부터 노획한 것들이었다. 미국산 P-51 머스탱 전투기, 영국산 모스키토 폭격기, 일본산 97식 중형전차 등이 천안문 광장을 행진했다.
1957년에는 동해안 도시 칭다오에서 4척의 구축함이 참가하는 최초의 해군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는 중국이 100년 만에 해양 강국으로 복귀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상징적 의미였다.
◇ 덩샤오핑 시대, 핵 강국의 선언
1959년 이후 당국은 10년마다 국경절 퍼레이드를 개최하기로 결정했지만, 문화대혁명의 혼란으로 다음 퍼레이드는 1984년까지 연기됐다. 덩샤오핑 체제 하에서 열린 이 퍼레이드는 중국 군사력의 획기적 전환점이었다.
국영 TV로 생중계된 1984년 퍼레이드에서는 28개 이상의 중국산 장비가 선보였다. 특히 동풍-5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첫 공개는 국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중국이 미국, 소련에 이어 대륙간 핵타격 능력을 보유한 세 번째 국가임을 확인시켜 줬다.
퍼레이드 직후인 11월 1일, 덩샤오핑은 인민해방군 100만 명 감축을 발표하며 군 현대화와 효율성 제고에 나섰다.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군사 건설 방향을 명확히 한 것이다.
◇ 21세기 진입, 첨단 무기 체계 완비
199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50주년을 기념한 '세기의 퍼레이드'는 한 차원 높은 모습을 보여줬다. 육군 항공대, 해병대, 인민무장경찰 특수부대 등 새로운 병과가 등장했고, JH-7 전폭기와 동풍-31 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등 42개 장비가 선보였다.
2009년에는 해군 창설 60주년과 국경절을 기념해 두 차례 퍼레이드가 열렸다. 4월 칭다오 연안에서 열린 다국적 해군 사열에는 29개국 대표가 참석했고, 중국의 핵추진 잠수함인 091형과 092형이 최초로 공개됐다. 10월 국경절 퍼레이드에서는 J-10, J-11 전투기와 99식 3세대 전투탱크, 창젠-10 순항미사일 등이 등장했다.
◇ 시진핑 시대, 군사 강국 도약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군사 퍼레이드는 더욱 빈번해지고 규모가 커졌다. 2015년 제2차 대전 승전 70주년 퍼레이드에서는 모든 장비가 국내산으로 통일됐다. J-15 함재기, 99A형 전투탱크, KJ-500 조기경보기 등 첨단 장비들이 대거 공개됐다.
2017년 인민해방군 창설 90주년 기념행사는 내몽골 주리허 훈련기지에서 열렸다. 화려한 행진 대신 실전 훈련 위주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미국 외 최초로 운용에 투입된 스텔스 전투기 J-20과 동풍-31AG 핵미사일이 등장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8-2019년에는 두 차례 해군 퍼레이드가 연이어 열렸다. 2018년 남중국해 퍼레이드는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48척의 함정과 76대의 전투기, 1만여 명의 인력이 참가했다.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와 최신 핵잠수함들이 대거 공개됐다.
2019년 국경절 퍼레이드에서는 다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최첨단 ICBM 동풍-41, H-6N 장거리 전략폭격기, 15형 경전차 등이 선보였다. 특히 PCL-191 다연장 로켓발사기는 이후 대만 해협을 포함한 동부전구에 배치되어 주목받았다.
◇ 9월 퍼레이드, 군사 개혁 성과 집대성
오는 9월 3일 전승절 퍼레이드는 시진핑 주석의 여섯 번째 퍼레이드로, 마오쩌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주재 기록이다. 중앙군사위원회 합동참모부의 우쩌크 부국장은 이번 행사가 "시스템 기반 전투능력, 새로운 영역의 새로운 품질 전투력, 전략적 억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대규모 군사 개혁을 거친 인민해방군의 새로운 구조도 공개될 예정이다. 전자전 전담 전략지원군은 항공우주군, 사이버우주군, 정보지원군으로 세분화됐고, 이들의 모습이 처음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기, 드론, 극초음속 미사일, 스마트 무기 등 차세대 첨단 장비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76년 전 노획 무기로 시작된 중국군이 이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군사 강국임을 과시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퍼레이드가 단순한 무력 과시를 넘어 중국 공산당이 과거의 전쟁 승리와 현재의 군사력을 연결해 강력한 국가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