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은 올해 H-1B 승인 건수를 크게 늘렸지만 지난주 조지아 현대차·LG 배터리 공장에서는 475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체포되는 사건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대기업 H-1B 후원 확대
10일(이하 현지 시각) 인도 일간 파이낸셜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4년 9257건에서 올해 1만44건으로 늘어나며 최대 H-1B 스폰서 기업 자리를 지켰다. JP모건체이스도 721건을 늘렸고, 마이크로소프트가 464건, 애플 329건, 메타플랫폼스가 279건을 각각 확대했다.
이 밖에도 시스코시스템스·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비자·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기업들이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H-1B 후원을 늘렸다.
H-1B 제도는 매년 신규 발급 한도가 8만5000건으로 제한돼 있으나 연장·갱신을 포함하면 승인 건수는 2024년 기준 약 40만 건에 이른다. 특히 인도 출신 인력이 승인자의 72%를 차지하는 등 실리콘밸리와 금융권의 핵심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 현대차 공장 단속 파장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이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4일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단일 사업장 기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475명을 단속했다. 이 가운데 300명가량이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ICE가 공개한 영상 속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수갑과 족쇄를 찬 채 버스에 태워지는 장면은 한국 사회와 기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번 사건 직후 한국 정부와 기업은 투자 위축 우려를 제기했고,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출장 인력을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
◇ 모순적 정책 기조
대기업이 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H-1B 비자를 늘리는 동시에 외국 기업 투자 현장에서는 대규모 단속이 벌어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모순적 행보로 지적된다.
경제단체들은 “이민 단속이 제조·서비스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고,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선임연구원은 “한국 사례는 일본·유럽 등 다른 동맹국에도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단속이 정치적 목적을 띤 ‘보여주기식’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반면 H-1B 확대는 첨단 산업에서 숙련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을 드러내며, 미국 경제가 이민 노동력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향후 전망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외국 투자는 환영하지만 미국의 이민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계는 “숙련 인력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경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단속과 개방 사이에서 이중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민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외국 기업의 투자와 미국 내 고용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