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경영진-조지아 당국 긴급 회동, 한국 전문인력 복귀 방안 논의
지역 상권 직격탄에 "한국인 없으면 장사 안 돼"…22개 협력사업 중단 위기
지역 상권 직격탄에 "한국인 없으면 장사 안 돼"…22개 협력사업 중단 위기

더 디스패치, 사바나나우, 레저인콰이어러 등은 17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은 미국의 상충하는 이민정책과 산업정책 사이의 어긋남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ICE 급습으로 43억 달러 투자사업 중단 위기
지난 4일 ICE가 조지아주 엘라벨 소재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약 5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체포한 사건은 단일 장소 급습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체포된 인원 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으로, 이들 대부분은 지난 11일 한국으로 돌아갔다.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 호세 무뇨스는 CBS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제 이 모든 사람이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 2~3개월이 지연될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람들은 미국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보도를 보면, 작업 중단과 계약 손실, 개발자와 공급업체의 차입 비용 증가로 하루 손실이 240만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43억 달러(약 5조9500억 원) 합작투자와 8500개의 잠재 일자리, 조지아주 21억 달러(약 2조9000억 원) 지원 수입이 모두 위험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ICE가 원래 소수의 히스패닉계 근로자만을 표적으로 삼았고, 체포 당시 한국어 통역사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또 ICE가 한국인들이 실제로 어떤 이민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거부했으며, 추방 서류에는 특이하게도 불법 행위에 대한 명시가 없었다고 전했다.
한국 전문인력 의존도 높은 첨단 제조업 특성 부각
사바나 경제개발청(SEDA) 회장 겸 CEO 트립 톨리슨은 "배터리 장비를 설치하는 정교하고 재능 있는 한국인들이 있다"면서 "특정 개인이 설치해야 하는 독점 기술을 보유한 다른 단체가 세상에 없다. 우리는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톨리슨은 이번 급습을 "사소한 좌절"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그들이 가능한 한 빨리 일정대로 계속 돌아갈 것이라는 세상의 모든 확신을 가지고 있다. 계약은 여전히 온전하다"고 강조했다.
조지아 경제개발부 국장인 팻 윌슨, 톨리슨과 현대차 경영진은 지난주 디트로이트에서 만나 급습에 대해 논의했다. 톨리슨은 "그들도 마찬가지로 충격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면서 "저는 팻 윌슨과 함께 그곳에 있었고 지지를 표하고 우리가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여전히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렸다. 좋은 만남이었다. 그들을 되찾는 것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톨리슨은 급습 당시 내슈빌에 있었고 작전 규모에 충격을 받았으며 수색이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구금됐다 추방된 한국인을 다시 데려오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외교 및 정부 관계 관리자인 필립 리너트는 "구금된 직원은 건설 단계에서 장비 설치 및 인력 교육을 지원하려고 임시로 방문한 사람들"이라면서 "장비 설치에 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숙련공"이라고 설명했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대부분 최대 6개월 출장용 B-1 또는 B-1/B-2 비자나 90일간 비즈니스 여행을 허용하는 국무부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을 통해 입국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법률 회색지대"에 속하며, H-1B 비자를 빨리 받기 어렵기 때문에 자주 사용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이민법은 H-1B 비자에 대한 낮고 임의적인 한도(해마다 총 8만5000개만 발급)로 신청 비용이 많이 들고 수요가 많아 추첨 시스템을 통해 비자를 할당하기 때문에 빠르게 취득하는 것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 이민·산업정책 어긋나 22개 사업 차질
보도를 보면 "자동차, 조선, 철강, 전기 장비 등 한국 기업 그룹이 참여하는 최소 22개의 다른 공장 부지가 거의 중단됐다"고 전해진다. 이번 급습과 ICE의 한국인 노동자 학대는 한국에서 엄청난 불안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앞으로 한국의 미국 투자를 더 광범위하게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 디스패치는 "미국 정부는 현대차와 LG 배터리 공장과 같은 시설이 가능한 한 빨리 가동하는 것을 초당파적으로 매우 이해했고, 사업 속도를 높이려고 새로운 '투자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기도 했다"면서 "반면에 트럼프가 이끄는 정부는 미국 이민법의 모든 조항을 엄격히 집행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보면 숙련된 이민자는 미국 태생 근로자의 임금 인상 및 고용 안정이나 확대와 관련이 있다고 더 디스패치는 전했다. 아주 최근의 한 연구에서 기술 이민자들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저학력 원주민 근로자의 임금을 약 2~3% 올린 것으로 밝혀졌고, 다른 연구에서는 기술 이민의 감소가 원주민 출생의 고용을 늘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 "깊은 유감" 표명, 비자 실무그룹 설립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과의 양자 회담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체제 개선과 한·미 관계 강화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구금된 한국인들을 석방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에게 조지아로 다시 돌아와서 공사를 계속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국인 근로자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제안을 거부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했다고 더 디스패치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외국 기업들이 극도로 복잡한 제품, 기계 및 기타 '물건'을 만드는 것을 원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공동 '비자 실무그룹'을 설립하기도 했으며, "노동자들을 위한 별도의 미국 비자 할당량에 대한 한국의 요구 사항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더 디스패치가 보도했다.
한편 엘라벨 지역에서 '후옹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새미 렌츠는 CNN에 "한국인들이 없으면 돈을 벌지 못한다"며 두려움을 드러냈다. 이 지역은 현대차 공장 건설로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한국 식품과 생필품을 파는 상점들이 늘어났는데, 이번 급습으로 주요 고객층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역 기업들은 상당한 매출 손실을 입었고, 일부 업체들은 한국인들을 고객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일부 주민들로부터 보이콧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