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기 격추 지지"에도 유럽 92% 예산 자체 방산업체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 격추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구체적인 지원에는 불분명한 입장을 보이면서 유럽 국가들의 자체 방어력 강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독일 군사 예산 92%는 유럽 기업에 집중
유출된 독일 군사조달 예산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올해 900억 달러를 넘는 군사 예산을 편성했으며, 이 가운데 92%를 유럽 기업들에 배정했다. 미국 무기 구매에는 8%만 할당돼 유럽 내 자체 방산업체 육성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은 앞으로 2029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현재 2.4%에서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보다 빠른 속도다.
독일군은 지난주 "레드 스톰 브라보"라는 3일간의 훈련을 실시해 발트해 지역 침공에 대한 대응을 모의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 동결 자산을 모두 몰수해 우크라이나 방어 자금으로 쓰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럽 3국, 러시아에 직접 경고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외교관들이 러시아 측에 동맹국 영공으로 들어오는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직접 경고했다고 블룸버그뉴스가 전했다. 러시아 측은 이를 세심하게 기록했는데, 이는 푸틴 대통령이 유럽의 결의에 대한 자세한 보고를 원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경고는 보통 미국이 나토를 대표해 전달하던 것이었으나, 이번에는 유럽 국가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지난주에는 유럽의 새로운 "드론 방벽" 구상 첫 기획 회의가 열렸다. 이는 특히 저가의 러시아 무기 떼를 막기 위해 동쪽 지역을 따라 협력 공중 방어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다. 주목할 점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참석하도록 초대받았고, 나토는 옵서버 지위에만 머물렀다는 것이다.
미국 영향력 축소 속 유럽의 선택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기자가 유럽이 나토 영공에 들어오는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주저 없이 답했다. 이는 이달 초 나토 동쪽 경계를 넘나드는 러시아 침입에 대해 어깨를 으쓱한 것과 비교해 크게 나아진 반응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그런 상황에서 나토 동맹국들을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더욱 신중했다. "상황에 달려 있다"고 말한 뒤 "하지만 우리는 나토에 대해 매우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느긋한 접근 방식은 푸틴이 계속 탐색하도록 부추겨 사건이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 위험을 높였을 수도 있다. 실제로 며칠 후 덴마크의 최소 5개 민간 및 군사 공항 상공에서 드론이 발견됐는데, 이는 아마도 러시아제이고 발트해 선박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문제에서 미국이 거리를 두게 한다는 의도를 보이면서 유럽에서 미국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독일의 유출된 군사 예산에서 보여주듯 미국 군사 계약업체들은 대륙 전역의 앞으로 지출 급증에서 소외될 처지다. 하지만 동맹국들이 더 많은 방어 부담을 나눠 맡기 시작한다면 이는 치를 만한 대가일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