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獨 티센크루프, 캐나다 건설 공룡과 '인프라 동맹'…한화오션 잠수함 수주전에 '비상등'

글로벌이코노믹

獨 티센크루프, 캐나다 건설 공룡과 '인프라 동맹'…한화오션 잠수함 수주전에 '비상등'

TKMS, 캐나다 최대 건설사 '엘리스돈'과 전략적 제휴…잠수함 기지 및 교육 시설 현대화 정조준
단순 함정 건조 넘어 '운용 인프라'까지 패키지 제안…노르웨이 사업 노하우 앞세워 캐나다 공략
한화오션, 현지 파트너십 강화하며 맞불…"함정 성능은 우위, 인프라 솔루션 보완 시급"
독일 TKMS는 최근 캐나다 대형 건설사 엘리스돈과 제휴를 맺고 잠수함 기지 및 훈련 시설 건설을 포함한 패키지 전략으로 한화오션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TKMS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TKMS는 최근 캐나다 대형 건설사 엘리스돈과 제휴를 맺고 잠수함 기지 및 훈련 시설 건설을 포함한 패키지 전략으로 한화오션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TKMS

6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인프라 구축 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인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캐나다 현지 대형 건설사와 손을 잡고 잠수함 운용에 필수적인 '기지 및 교육 시설' 건설을 제안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는 함정의 성능뿐만 아니라 후속 군수지원(ILS)과 현지 경제 파급효과(ITB)를 중시하는 캐나다 정부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준 전략으로, 수주전에 뛰어든 한화오션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컨스트럭션 뉴스(Ontario Construction News)는 18일(현지 시각) 독일의 잠수함 건조사 TKMS가 캐나다의 유력 건설 기업인 엘리스돈(EllisDon)과 CPSP 인프라 개발 지원을 위한 '전략적 팀 협약(Strategic Teaming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잠수함보다 '잠수함 집'부터 짓겠다…獨의 영리한 접근


이번 협약의 핵심은 잠수함 자체보다 잠수함을 운용할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TKMS와 엘리스돈은 캐나다 차기 잠수함 함대의 유지·보수(MRO) 시설과 승조원 훈련 시설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토마스 쾨프(Thomas Keupp) TKMS 최고영업책임자(CSO)는 "우리는 수십 년간 축적된 잠수함 인프라 구축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엘리스돈과 함께 캐나다의 작전 및 규제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인프라 개념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TKMS는 이미 노르웨이와 독일의 212CD급 잠수함 사업을 진행하며 현지 인프라 구축 경험을 쌓은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캐나다의 혹독한 기후와 지리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기지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파트너로 선정된 엘리스돈은 연매출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 규모의 캐나다 건설 공룡이다. 크리스 레인(Chris Lane) 엘리스돈 수석 부사장은 "복잡한 임무 수행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캐나다 표준에 맞춰 건설함으로써 장기적인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산업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한화오션에 미칠 파장…"성능 우위 굳히고 '팀 코리아' 외연 넓혀야"


TKMS의 이번 행보는 한화오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캐나다 해군은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운용하며 잦은 고장과 정비 시설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독일은 이 점을 파고들어 "잠수함만 파는 게 아니라, 잠수함을 굴릴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KSS-III)'을 앞세운 한화오션은 성능과 납기 준수 능력 면에서 경쟁국들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와 수직발사관(VLS)을 갖춘 KSS-III는 대양 작전이 필요한 캐나다의 작전요구성능(ROC)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다. 한화오션 역시 CAE, 밥콕 캐나다(Babcock Canada) 등 현지 업체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캐나다 산업 협력'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TKMS가 건설 분야까지 파트너십을 확장하며 '인프라 패키지'를 선점하고 나선 것은 한화오션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캐나다 정부 입장에서 잠수함 도입 사업은 단순히 무기 구매가 아니라, 자국 내 낙후된 조선 및 군사 시설을 현대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화오션이 수주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함정의 우수한 하드웨어 스펙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독일처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인프라 및 MRO 토탈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캐나다 현지 건설사나 엔지니어링 업체와의 추가적인 제휴를 모색하거나, 한국형 잠수함 기지 운용 노하우를 패키지로 제안하는 등 '팀 코리아'의 전략적 유연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단순한 성능 대결을 넘어, 누가 더 캐나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기민한 인프라 공세에 맞서, 한화오션이 어떤 대응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