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4사, AI 데이터센터에 올해 6000억 달러 투자…증가분 45%는 메모리 가격 거품
HBM 1GB 생산에 일반 D램의 3배 웨이퍼 소모, 공급 정상화 최소 2027년 하반기
중국 CXMT·기가디바이스·몽타주, 공급 공백 파고들며 글로벌 메모리 판도 흔들기 시작
HBM 1GB 생산에 일반 D램의 3배 웨이퍼 소모, 공급 정상화 최소 2027년 하반기
중국 CXMT·기가디바이스·몽타주, 공급 공백 파고들며 글로벌 메모리 판도 흔들기 시작
이미지 확대보기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대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올해만 약 6000억 달러(약 873조 원)를 퍼붓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라인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전면 동원했기 때문이다. 차세대 게임 콘솔 출시는 2029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나왔고, 이 틈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파고들고 있다.
메타·엔비디아 '수십조 원' 계약이 불 붙인 AI 데이터센터 군비경쟁
지난 17일(현지시각) CNBC 보도에 따르면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이날 엔비디아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칩 공급 계약을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계약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 랙 시스템 수백만 개와 메타가 업계 최초로 독립 형태로 배치하는 그레이스(Grace) 중앙처리장치(CPU)가 들어갔다. 반도체 분석 기관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의 벤 바자린 애널리스트는 "이번 계약은 수십억 달러 규모임이 확실하며, 메타 설비투자(capex)의 상당 부분이 이 엔비디아 구축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 AMD 주가는 약 4% 내렸다.
메타는 올해 AI에 최대 1350억 달러(약 197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미국 내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총액은 6000억 달러(약 873조 원)에 이른다.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의 1기가와트(GW)급 '프로메테우스' 센터와 루이지애나주 리치랜드 패리시의 5GW급 '하이페리온' 센터가 현재 공사 중이다.
빅테크 4개사(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AI 데이터센터 투자 합산 추정치는 이처럼 6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아마존 2000억 달러(약 291조 원), 알파벳 1750억 달러(약 255조 원), 메타 1150억 달러(약 167조 원), 마이크로소프트 약 980억 달러(약 143조 원)다. 지난해 3600억 달러(약 524조 원)에서 67% 뛴 규모다.
6000억 달러 투자 증가분의 45%는 D램 가격 폭등 탓
18일 나스닥·모틀리풀 보도를 보면 데이터센터 투자가 67% 급증했다고 해서 AI 수요 자체가 같은 비율로 늘었다고 해석하면 오산이다. 모틀리풀이 비즈니스 인사이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데이터센터 지출 증가분의 최대 45%는 메모리 칩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다. AI 인프라 수요보다 공급망 가격 왜곡이 투자 수치를 부풀리고 있다는 뜻이다.
수혜 기업은 분명하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026 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11월 27일 마감 기준) 매출 136억 달러(약 19조 8000억 원)를 달성했다. 전년 대비 57%, 전 분기 대비 20% 성장이다. 주당순이익(EPS)은 4.78달러로 전년 대비 167% 급증했고, 매출총이익률은 56%로 1760베이시스포인트(bp) 뛰었다. 마이크론은 올해 2분기 매출을 187억 달러(약 27조 2000억 원)로 전망하며 이는 전년 대비 132% 증가한 수치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공급이 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가트너의 카니쉬카 차우한 수석 애널리스트는 "AI 투자에 힘입은 메모리 수요가 강력한데, HBM이 일반 메모리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제조사들이 HBM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트너는 2026년 D램 가격이 47%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기·노트북·스마트폰 줄인상…'제품의 겨울' 2029년까지 이어지나
지난 16일 WCCFtech 보도와 18일 테크스팟 보도를 보면 올 초 기준 G.스킬 트라이던트 Z 네오 DDR5-6000 CL30 32기가바이트(GB) 키트의 가격은 490달러(약 71만 원)다. 지난해 10월 115달러(약 16만 원)였으니 3개월 사이 4.3배 폭등했다. 충격파는 D램만이 아니다. TrendForce는 2026년 1분기 일반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55~60%, 서버 D램은 6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 현상을 'RAM마겟돈(RAMmageddon)'으로 표현하며 "메모리 부족이 노트북과 스마트폰부터 자동차,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격표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제프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 콜에서 "지금과 같은 속도로 비용이 치솟는 것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레노버 CFO 윈스턴 청은 "비용 급등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메모리 재고를 정상 수준보다 50% 이상 쌓아두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약 34%, 삼성전자 약 33%, 마이크론 약 26%로 세 곳이 93%를 장악한다. 이 세 곳 모두 HBM 생산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D램과 낸드(NAND) 플래시 공급이 사실상 끊겼다. 국제데이터공사(IDC)는 2026년 D램·낸드 공급 증가율이 역사적 평균을 크게 밑도는 각각 16%,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차세대 게임 콘솔 출시는 2029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애플은 D램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삼성전자조차 자사 메모리 사업부에서 물량 배정을 거부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산 D램 CXMT, 가격 경쟁력 첫 검증…'완전한 대안'은 아직
18일 테크스팟 보도를 보면 이 공급 공백에 파고드는 곳이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다. CXMT는 현재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약 5%를 보유하고 있다. 호주 시장에서 CXMT 칩을 탑재한 킹뱅크(Kingbank) KFRW DDR5-6000 CL36 32GB 키트가 일반 제품보다 저렴하게 유통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테크스팟이 이를 AMD 라이젠 7 9800X3D와 9700X 프로세서에 테스트한 결과, 레인보우 식스 시즈 등 게임 벤치마크에서 G.스킬 프리미엄 DDR5-6000 CL26 제품과 성능 차이가 거의 없었다.
다만 CXMT 혼자서 메모리 공급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 점유율 5% 수준으로는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HBM에 묶어둔 물량을 대체할 수 없다. 테크스팟은 CXMT가 공급을 확대한다면 소비자 시장에서 주요 3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가디바이스·몽타주 주가 151%·97% 폭등…'메모리 슈퍼사이클' 탄 중국 기업들
지난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중국 엔지니어들이 세운 두 기업이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고 전했다. 기가디바이스 세미컨덕터와 몽타주 테크놀로지는 올해 1~2월 홍콩 이중 상장을 마친 뒤 주가가 각각 151%, 97% 급등했다.
기가디바이스는 CXMT를 공동 설립한 주이밍 회장이 2005년 세운 회사다. NOR 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셀을 수평으로 배열하는 플래시 메모리의 한 종류) 분야 세계 2위로 시장 점유율은 18.5%(TF증권 추산)다. TF증권 애널리스트들은 "기가디바이스는 AI 개발·기술 자급자족·메모리 슈퍼사이클이라는 세 가지 호재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몽타주는 오리건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내셔널 세미컨덕터 등 미국 기업에서 근무한 하워드 양이 2004년 설립했다. 데이터센터에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 데이터 흐름을 관리하는 메모리 인터커넥트 칩 분야 세계 1위(점유율 38.6%,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다. 인텔이 몽타주 제품의 전력 소비가 세계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체 개발을 중단하면서 몽타주에 투자했다고 양 회장이 직접 밝혔다. 그는 "메모리와 CPU 사이 인터페이스에서 기술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9년을 버텼다"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황 수석 연구원(MS Hwang)은 "지속 가능한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이 공급업체들은 공급 부족 속에서도 국내 자급자족을 넘어 글로벌 수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1월에만 호신 글로벌 일렉트로닉, XTX 테크놀로지, 베이징 XSKY 테크놀로지 등 중국 메모리 기업 3곳이 홍콩 상장 신청서를 냈다.
BISI(블룸스버리 정보안보연구소)는 D램 가격이 2026년 중후반을 정점으로 2027년 하반기에나 부분적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P4L 공장과 SK하이닉스 용인 M15X가 본격 양산 체계를 갖추는 시점이 그즈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발표한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 미국 내 투자 역시 실질적인 생산이 2027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해 공급 정상화는 2027~2028년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당장은 투자자, 기업 구매 담당자, 소비자 모두에게 불편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HBM 1기가바이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웨이퍼 면적은 일반 DDR5의 약 3배에 달한다. AI 가속기 한 개를 만들 때마다 소비자용 D램 칩 3~4개분의 생산 능력이 사라지는 구조다. 빅테크의 AI 투자가 멈추지 않는 한, 이 방정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