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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獨, 국방비 'GDP 3.5%' 1530억 유로 투자…유럽 안보 질서 '대격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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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獨, 국방비 'GDP 3.5%' 1530억 유로 투자…유럽 안보 질서 '대격변' 예고

佛 '주도권 상실' 우려와 波 '對러 방위 기대' 교차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30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인 연 1530억 유로(약 260조 5200억 원)로 확대하며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GPT4o 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30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인 연 1530억 유로(약 260조 5200억 원)로 확대하며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GPT4o
독일이 2030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3.5%인 연 1530억 유로(2605200억 원)로 확대하며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12(현지시각) 폴리티코가 전했다.

이로써 '돈은 독일, 군사는 프랑스'라는 유럽연합(EU)의 오랜 암묵적 역할 분담이 깨지고, 유럽의 안보 질서가 격변하는 가운데 힘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프랑스는 독일의 독자적인 군사 주도에 역사적 우려와 함께 경계심을 드러내지만, 폴란드는 러시아 견제를 위한 '동부 방위의 현실적 리더'로 독일의 재무장을 환영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재무장, '경제 거인''군사 대국'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독일에게 경제력에 걸맞은 방위력을 갖추라고 일제히 요구하고 있으며, 독일은 이에 응답하듯 전례 없는 군사력 확장을 추진한다. 과거 장비 노후화와 사기 저하로 비판받던 독일 연방군(Bundeswehr)은 최신 전차, 미사일, 제트기를 갖춘 유럽 최대 규모의 군대로 변신하는 것을 목표한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크리스토프 슈미트 연방 하원 국방위원회 의원은 "발트해 국가에서 아시아까지 전 세계가 독일이 더 많은 책임을 맡도록 요청한다", "독일이 마침내 나서서 경제적 비중에 맞는 국방력을 갖출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독일이 목표로 한 2030년 연 1530억 유로의 국방비 지출은 통일 이후 가장 야심 찬 확장 계획이다. 이는 프랑스가 2030년까지 계획한 연 800억 유로(13619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한편, 폴란드는 이미 올해 GDP4.7%인 약 440억 유로(749000억 원)를 국방비로 지출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며 동부 전선에서 군사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럽연합 관료들은 독일의 군사력 변화를 '지축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표현하며, 한 외교관은 "지금 유럽연합(EU)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은 이제 군사적으로 '지배적인 독일'의 등장에 적응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혼란스러운 장비와 사기 저하'로 비판받던 독일 연방군(Bundeswehr)이 최신 전차, 미사일, 제트기를 갖춘 유럽 최대 규모의 군대로 변모하는 것은 곧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의 확대를 의미하며, 유럽은 군사 강국 독일을 지켜봐야 한다.

프랑스의 '주도권 상실' 공포와 '독일 우선' 조달 전략


독일의 재무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회의론과 우려가 뒤섞인 시선으로 비춰지고 있다. 프랑스 국방 당국에서는 독일의 주도권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유럽연합 관계자는 "프랑스에서 국방 기구는 시스템의 핵심"이라며, "파리와 베를린의 차이는 프랑스에서는 모든 관리가 결국 국방 관리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방부 한 관리는 "경계심과 위협의 중간쯤"이라고 현 상황을 평가하며,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연방군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주요 변수라고 덧붙였다.

이 관리는 "독일과 협력하기 어려울 것인데, 그들이 극도로 지배적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독일의 산업 및 경제력이 재무장 자체만큼이나 우려스럽다고 지적하며, 농담 삼아 "그들은 알자스나 모젤을 침공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냥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하며 독일의 막강한 경제력을 경계했다.

프랑스는 특히 독일의 '독일 우선(Germany first)' 국방 조달 접근 방식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독일은 무기 구매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저항하며, 국내 계약을 우대할 수 있는 EU 조약의 제346조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새 조달법을 통해 국가적 권한을 철저히 보호할 계획이다. 독일이 방산 계약 수십억 유로의 90% 이상을 유럽 내, 그중에서도 상당 부분을 독일 방위산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럽연합의 '경제 엔진''방위산업 엔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긴장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FCAS, Future Combat Air System)에서도 드러난다. 1000억 유로(1702400억 원) 규모의 사업은 프랑스, 독일, 스페인의 국방 협력의 상징이었지만, 작업 분담을 둘러싼 갈등으로 파트너십이 한계에 직면했다. 다쏘 항공의 에릭 트라피에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 의원들에게 "독일이 프랑스를 배제하려 한다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독일이 북유럽 및 동유럽 동맹국과 주로 협력하며 대규모 지출에 나설 경우, 프랑스는 유럽 방위 구도에서 오랫동안 누려온 핵심적 지위를 잃을 위험에 처한다는 관측이다.

폴란드, 러시아 견제를 위한 '현실적 리더십'으로 환영


폴란드 바르샤바는 독일의 재무장을 필요하고 시급했던 일로 인식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러시아를 지리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폴란드는 집단 방위를 위해 다른 동맹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지속해서 촉구해왔다.

마렉 마기에로프스키 전 주미 폴란드 대사는 "폴란드는 군비 지출 면에서 나토 동맹국 중 빛나는 모범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파트너들도 따를 것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단 방위를 진정으로 신경 쓴다면, '모두 국방비를 더 써야 한다. 다만 독일, 당신은 빼고'라고 계속 말할 수는 없다"고 실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폴란드는 국방비를 이미 국내총생산(GDP)4%가 넘는 수준으로 늘리며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국방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폴란드는 유럽의 집단 방위를 위해 다른 나라들도 국방비 증액에 동참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군비 증강은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뜻이다. , 유럽 안보를 위해 독일이 군사력을 키우는 것은 불가피하고,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폴란드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폴란드는 독일의 역사적 군사력에 대한 우려보다는, 당장의 러시아 위협에 대응할 강력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다.

폴란드 국방부 파베우 잘레프스키 차관은 "독일의 군사력 증가는 자연스러운 대응"이라고 평가하며, 미국이 유럽 주둔군을 축소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가운데 "동부 전선을 방어하는 주요 국가는 폴란드와 독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폴란드에서도 역사적 기억은 남아있다. 잘레프스키 차관은 "역사를 돌이켜볼 때, 독일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결합하는 상황은 항상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의 친()러시아 정책과 독일-러시아 간의 무역 관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잘레프스키 차관은 "독일이 러시아에 맞서 국제 질서를 얼마나 강력하게 방어할지 끊임없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기에로프스키 전 대사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업 정상화'로 돌아가려는 독일 내부의 압력에 대해 걱정한다고 말했다.

유럽 중심축, 동쪽으로 이동...EU 결속력 시험대 올라


독일의 급격한 군사력 증강과 이에 대한 유럽 파트너들의 엇갈린 반응은 유럽의 '힘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유럽의 '경제 엔진'이 이제 '군사 산업 엔진'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는 핵 억지력을 고수하고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부 전선의 재래식 군사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재편은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에 시험대를 던지고 있다. 유럽연합이 이러한 변화의 동력을 '공동의 구조'로 통합할 수 있을지, 아니면 '방위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지가 관건이다.

현재까지는 독일의 군사력 증강이 '지배를 위한 입찰'이라기보다는 '책임으로의 복귀'로 해석되지만, 그 변화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은 지지자들도 인정한다. 한 유럽연합 외교관은 "의심할 여지 없이 두려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독일에는 연립 정권이 있고, EU와 나토 안에 있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신중한 전망을 제시했다.

한편 현재 독일의 군사력은 글로벌 군사력 평가 기관에서 여전히 상위권에 속하나, 과거 냉전 시대 대비 장비 노후화 및 운영의 비효율성이 지적받고 있다. 국방비 투자 확대는 노후 장비의 현대화와 병력 운용 체계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독일이 2030년 목표를 달성할 경우 향후 5년에서 10년 안에 유럽 최대 규모이자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재래식 군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