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언론 "美 법인 분기 이익 42억→0.4억 대만달러" 충격 보도
현실화된 노조 갈등·인력난, 인텔과 다른 '이방인'의 설움…칩스법 보조금도 '글쎄'
현실화된 노조 갈등·인력난, 인텔과 다른 '이방인'의 설움…칩스법 보조금도 '글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반도체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TSMC 애리조나 공장이 처참한 '수익성 쇼크'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만 Ctee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한 TSMC 미국 법인의 분기 이익 99% 증발 사태는, '메이드 인 USA'라는 거대 담론 이면에 숨겨진 고비용 구조와 구조적 난관이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재무적 증거'에 가깝다.
이는 단순한 초기 투자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수익성 악화는 미숙련 노동력과 현지 노조의 발목잡기, 경쟁사 인텔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TSMC의 '이방인'으로서의 한계, 그리고 미국 정부의 보조금(CHIPS Act)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살인적인 운영 비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예고된 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tee에 따르면 TSMC 미국 사업부의 분기별 이익은 42억3200만 대만달러(약 1985억 원)에서 불과 4100만 대만달러(약 19억 원)로 곤두박질쳤다. 표면적인 이유는 1공장의 성숙 공정(N4, 4나노) 안착과 달리, 2공장에 3나노(N3) 최첨단 공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장비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 숫자 너머의 '진짜 원인'이다. TSMC가 미국 투자를 결정한 순간부터 월스트리트와 반도체 업계가 끊임없이 제기했던 '미국 내 제조의 비효율성'이라는 유령이 마침내 재무제표 위에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비용'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노조·인력난이 발목 잡은 美 현장
TSMC가 직면한 첫 번째 장벽은 '사람' 문제였다. 당초 2024년 가동 예정이던 애리조나 1공장은 숙련공 부족과 현지 노동조합(애리조나 빌딩 및 건설 무역 위원회)과의 극심한 갈등으로 인해 결국 2025년으로 공식 연기되는 사태를 빚었다.
노조는 TSMC가 "저임금의 미숙련 대만 노동자를 이용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비난하며 공정 지연을 압박했다. TSMC는 최첨단 장비 설치를 위해서는 본사 숙련공의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했지만, '미국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치적 명분에 밀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건설 지연 비용과 대만에서 수백 명의 엔지니어를 공수하는 데 들어간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TSMC의 원가 부담으로 전가됐다.
이는 애리조나에 똑같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미국 토종' 인텔(Intel)의 상황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인텔 역시 비용 상승과 공정 개발 지연이라는 문제는 겪고 있으나, 미국 정부 및 현지 노조와의 관계에서 TSMC와 같은 '문화적·시스템적 마찰'을 겪지는 않는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TSMC 애리조나 공장의 운영 비용이 대만 공장 대비 최소 30%에서 많게는 50%까지 높을 것으로 추산하며, 이는 TSMC 전체의 기업 총 마진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요인이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TSMC는 이미 공식적으로 1공장(4나노) 가동을 2025년으로, 2공장(3나노) 가동은 2027~2028년으로 지연시킨 상태다. Ctee가 보도한 '수익 절벽'은 이 모든 현장의 혼란과 지연에 대한 첫 번째 '재무적 청구서'인 셈이다.
66억 달러 보조금도 '언 발에 오줌 누기'…딜레마에 빠진 TSMC의 셈법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정부가 '당근'으로 제시한 칩스 법안의 보조금 효과마저 퇴색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TSMC에 66억 달러(약 9조 원)의 보조금과 50억 달러(약 7조 원)의 저리 대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TSMC가 애리조나에 쏟아붓기로 한 총 투자액 650억 달러(약 95조 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매개로 TSMC에 2나노(N2) 공정까지 애리조나에 도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3나노 도입만으로도 수익성이 이토록 추락하는 마당에, 이보다 더 비싸고 복잡한 2나노 공정을 미국에서 운영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자살 행위'에 가깝다는 것이 TSMC 내부의 딜레마로 전해진다.
결국 TSMC는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섰다.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지정학적 위험(대만 리스크) 분산을 원하는 미국 핵심 고객사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다. 동시에 '메이드 인 USA'의 상징성을 확보하려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화답해야 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수익성 악화를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TSMC가 이번 수익성 악화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정부에 '추가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요구하는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궁극적으로 애리조나에서 발생하는 이 막대한 '미국 프리미엄' 비용은 누군가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TSMC 주주들의 희생이 될지, 미국 납세자의 추가 부담이 될지, 혹은 애플과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지, '미국 반도체'의 값비싼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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