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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대만–한반도는 이제 하나의 전선이다: 시진핑–트럼프 통화가 드러낸 새로운 세계 전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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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대만–한반도는 이제 하나의 전선이다: 시진핑–트럼프 통화가 드러낸 새로운 세계 전략판

중국의 대만 레드라인 확인,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조기 타결 의지, 일본의 전략적 재무장, 북·중·러 공조—한국이 맞닥뜨린 지정학적 격변의 서막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논의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는 표면적으로는 짧은 외교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몇 년 간 국제질서를 흔들 수 있는 여러 축이 한꺼번에 교차한 사건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논의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는 표면적으로는 짧은 외교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몇 년 간 국제질서를 흔들 수 있는 여러 축이 한꺼번에 교차한 사건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대만과 우크라이나를 논의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는 표면적으로는 짧은 외교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몇 년 간 국제질서를 흔들 수 있는 여러 축이 한꺼번에 교차한 사건이다. 시진핑은 통화의 초점을 대만 문제에 두었고, 트럼프는 집요하게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으로 화제를 돌렸다는 것이 이 보도의 핵심이다.

시진핑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점 자체가 이례적이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에게 선제적으로 전화를 걸어 특정 의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통상 매우 구체적인 전략적 목적을 가진다. 이번 경우 그 목적은 대만이었다. 최근 일본이 다카이치 사나에 새 총리 체제 하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대만 지지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대만 문제가 더 이상 지역적 사안이 아니라 미·일·대만 삼각구도의 핵심 전략변수로 올라섰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 ‘대만은 중국의 핵심 레드라인’이라는 선제 통보

중국은 최근 일본의 전략적 변화에 큰 긴장감을 갖고 있다. 일본이 반격능력 확보와 장거리 미사일 전력화, 대만 유사시 대응 의지를 노골화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미·일·대만 연계”가 급속히 굳어지는 현상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이런 변화 속에서 트럼프에게 직접 “대만은 중국의 핵심이익이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임을 각인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통화는 중국이 대만 문제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분리된 ‘별개의 지역적 사안’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오히려 중국은 대만을 세계 전략판의 중심에 올려놓으려 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만 이야기했다: 전쟁 조기 종결을 위한 정치적 빅딜 구상

트럼프는 시종일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제네바에서는 28개 조항 초안에서 19개 조항 수정안으로 넘어가는 협상이 진행 중이며, 그 초기 초안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와 나토 불가입을 사실상 요구해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는 “전쟁을 끝내는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러시아와의 빅딜 구도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시진핑과의 통화에서도 대화를 우크라이나로 끌고 간 것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평화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점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분리된 이슈가 아니다: 미·중·일·러가 얽힌 하나의 전략판
이번 통화는 두 사안이 서로 다른 지역 이슈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판 위에서 동시에 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동해 “미국의 전략적 결심”을 시험하려 한다. 만약 미국이 유럽 전선을 조기 정리하고 아시아에 집중하려 한다면, 중국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공간을 계산할 것이다.

일본은 대만 방어 참여 의사를 강화하며 동북아 전략축을 새롭게 형성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방식이 대만과 한반도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대만–한반도는 서로 분리된 사안이 아니라, 미·중·러·일이 얽힌 하나의 전략판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모델이 위험한 이유: ‘힘의 기정사실화 + 정치협상 정당화’의 국제적 선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가 일정한 영토·안보 이득을 확보한 상태에서 종결될 경우, 이는 매우 위험한 국제적 선례가 된다. 무력으로 기정사실을 만든 뒤, 협상으로 이를 제도화하는 방식이 정당화되면 중국과 북한에게 강력한 유혹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를 대만에 적용하려 할 수 있다. 북한은 국지 도발·핵위협·서해 도발 등을 통해 한반도에서 기정사실을 만든 뒤 이를 협상 테이블로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힘으로 흔들고, 협상으로 굳힌다”는 방식이 세계적 표준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한국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미국의 전략적 과부하: 동맹에게 더 많은 부담 전가가 시작됐다

트럼프는 이미 유럽 동맹국에 방위비 부담을 크게 늘리라고 요구해 왔으며, 아시아에서도 같은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정리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미국의 전략적 관심은 동아시아로 이동할 것이다.

한국은 이 단계에서 대만 유사시 어떤 역할을 맡을지,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역할 증대에 어디까지 대응할지, 중국의 경제·외교 보복을 어떻게 감당할지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의 지정학적 현실: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폭발하고 있다


한국은 북·중·러 압박과 미국의 요구, 중국의 보복 가능성 사이에 놓여 있는 가장 민감한 지정학적 국가다. 그러나 동시에 방산·첨단산업·반도체·배터리와 조선·에너지 분야에서 전략적 레버리지(영향력)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한국산 자주포·전차·유도무기·탄약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 역시 군수 생산력 부족을 한국의 생산능력으로 보완하고 있다. 한국은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폭발하는 시기에 진입했다.

한국의 단기–중기–장기 전략 로드맵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평화안의 최종 조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만 유사시 한국의 단계별 역할 시나리오를 내부적으로 완비해야 한다. 중국의 보복·미국의 보상·일본의 지원 가능성을 정교하게 조합한 매트릭스를 만들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한국형 대전략을 재구성해 가치동맹과 현실주의 억제를 공존시키고, 방산·반도체·AI·조선·LNG·디지털 인프라를 하나의 전략산업 패키지로 묶어 미·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북핵 현실을 바탕으로 전술핵 재배치, 조건부 핵무장, 확장억제 강화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한국 주도의 억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재세계화(reglobalization,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등 최첨단 기술들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중국에 의한 패권 도전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대전략) 시대에 한국을 “대체 불가능한 전략 공급국”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한 통의 전화가 보여준 미래 — 한국은 더는 주변부가 아니라 전략판의 중심이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건 한 통의 전화는, 우크라이나와 대만, 그리고 한반도가 이제 완전히 연결된 전략판 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방식에 따라 대만과 한반도의 미래 전략환경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한국은 더는 주변부 국가가 아니다. 지정학적 위기의 최전선이자, 방산·첨단산업·외교 리더십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설계할 수 있는 전략적 중견국이다. 기회를 적극 활용하되, 힘의 기정사실화 모델이 국제 규범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고, 한국 주도의 억제·경제·외교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