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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구글, 메타와 '반도체 동맹'…엔비디아 독점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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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구글, 메타와 '반도체 동맹'…엔비디아 독점 깼다

자체 칩 'TPU' 빗장 풀고 공급망 확장…AI 패권 탈환 시동
최신 모델 '제미나이 3' 호평…주가 급등하며 시총 4조달러 턱밑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지난 3년간 '추격자' 오명을 썼던 구글(Google)이 시장 판도를 뒤집을 승부수를 던졌다. 소프트웨어(제미나이 3)의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함과 동시에, 그동안 자사 서비스에만 폐쇄적으로 쓰던 자체 AI 반도체 'TPU(텐서처리장치)'를 외부 빅테크 기업에 전격 개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구글이 경쟁자 메타(Meta)와 반도체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엔비디아(Nvidia)의 하드웨어 독점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알파벳(구글 모회사) 시가총액은 4조 달러(약 5800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둔 반면, 엔비디아와 오픈AI 진영은 긴장감 속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풀 스택'의 힘…엔비디아 족쇄 풀었다


구글이 오픈AI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차별화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풀 스택(Full Stack)' 역량이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완전한 풀 스택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자신한 배경에는, 전 세계 빅테크 중 유일하게 '자체 반도체(TPU)→클라우드→AI 모델→서비스'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는 사실이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막대한 비용 구조의 차이를 만든다. 경쟁사들이 엔비디아의 고가 GPU를 확보하려 천문학적 비용을 쓰고 공급난에 시달릴 때, 구글은 자체 설계한 TPU로 비용을 통제하고 기술 방향성을 독자 결정한다. 검색 엔진, 안드로이드, 유튜브에서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 금광'은 타사가 돈 주고도 못 살 구글만의 자산이다.

그동안 구글의 아킬레스건은 이 강력한 인프라를 구동할 '두뇌'의 성능이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다목적 모델 '제미나이 3(Gemini 3)'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난해한 추론과 코딩 능력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룬 제미나이 3는 주요 AI 성능 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며, 오픈AI 창립 멤버 안드레이 카파시로부터 "명백한 1티어"라는 찬사를 받았다.

메타와 적과의 동침…'反엔비디아' 선봉


업계가 주목하는 진짜 뉴스는 구글의 '칩 생태계 확장'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2027년부터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 도입을 논의 중이다. 구글이 10년 넘게 내부용으로만 써오던 TPU를 범용 시장에 내놓고, 엔비디아 대체재로서 세일즈를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미 징후는 포착됐다. 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은 지난 10월 구글과 수백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고 최대 100만 개의 TPU를 쓰기로 했다. 퀄터 체비엇의 벤 배린저 기술 연구 책임자는 "많은 기업이 자체 칩 개발에 실패했지만, 구글은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며 TPU가 구글의 새 수익원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엔비디아엔 뼈아픈 대목이다. 엔비디아는 "우리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며 표정 관리에 나섰지만, 주가는 2.6% 하락하며 시총 1150억 달러(약 168조 원)가 증발했다. 시장은 메타 같은 '큰손'들이 GPU 의존도를 낮추고 구글 TPU로 물량을 분산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두려워한다.

'그들만의 리그' 탈피…확장성 과제


물론 구글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TPU 도입엔 '구글 클라우드 종속(Lock-in)'이라는 반대급부가 따른다. 더블워드 메리엠 아릭 CEO는 "엔비디아 GPU는 유연하게 쓸 수 있지만, TPU를 쓰는 순간 구글 클라우드에 갇힌다"고 지적했다. 이는 다양한 인프라를 혼용하려는 기업 고객에게 진입 장벽이다.

실제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지난 3분기 34% 성장한 152억 달러(약 22조 원)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아마존(AWS)과 MS에 이은 만년 3위다. 기업용 AI 도입률 역시 경쟁사에 뒤처져 있다.

그러나 '잠자는 거인'은 이제 눈을 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닐 샤 연구원은 "구글은 그동안 AI 레이스의 다크호스였으나, 이제 완전히 깨어난 거인"이라고 평했다. 챗GPT 등장으로 시작된 AI 전쟁 1막이 '속도전'이었다면, 이젠 수익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지구전'이다. 이 전장에서 자체 칩과 데이터, 자본력을 모두 쥔 구글은 그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