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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銀, 12월 금리 인상 카드 '만지작'...엔화 약세발 인플레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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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銀, 12월 금리 인상 카드 '만지작'...엔화 약세발 인플레 우려 커져

엔화 약세 장기화에 정책 기조 변화 조짐…이사회 내 매파 발언 잇따라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건물에서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건물에서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이 이르면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엔화 가치 급락 재발 우려가 커졌고, 저금리 유지를 요구하던 정치권의 압박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은행이 그동안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서 벗어나 엔화 약세가 불러올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시장의 관심 이동을 유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에 대해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살아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일본은행의 매파적 기조로의 전환은 지난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회동 이후 이뤄졌다. 소식통은 새 행정부 하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정치적 반대가 단기적으로 해소된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 금리 인상 시점이 12월 혹은 내년 1월이 될지는 박빙의 선택지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또한 현재 우에다 총재를 포함해 중앙은행 내부에서 엔화 약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추세가 됐고, 과거보다 더 강한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의 과반수는 일본은행이 12월 18~19일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응답자 전원은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가 0.75%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파’ 기류 확산


최근 들어 일본은행 이사회 내부에서 금리 인상 여건이 성숙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사회 위원인 고에다 준코는 지난주 “물가가 비교적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실질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인 가즈유키 마스는 지난 22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 시점이 “임박했다”고 언급했다. 해당 발언 이후 5년 만기 일본국채(JGB) 금리는 17년 만의 최고치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비교적 비둘기파로 평가돼 온 우에다 총재조차도 최근 어조를 바꾼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21일 의회 발언에서 “향후 회의에서 금리 인상의 ‘타당성과 시기’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전의 “정해진 정책 변경 시점은 없다”는 발언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약세 엔화가 근원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본은행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 가치 변동이 과거보다 훨씬 지속적인 물가 상승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중앙은행이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금리 정상화 의지 커져


일본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5%로 인상한 이후,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일본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금리를 동결해 왔다.

그렇지만 일본은행의 더딘 금리 인상 기조는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이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에서는 우에다 총재가 금리를 동결할 명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관세의 실물경제 충격이 현재까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고 내년 춘투(임금 협상)에서도 임금 인상 폭이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자 그간 우에다 총재가 신중론을 유지해 온 또 다른 근거가 약화되고 있다.

지난달 재정·통화정책 모두에서 비둘기파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이 일본은행의 정책 판단을 복잡하게 만들었으나, 최근 엔화 가치가 다시 급락하면서 단기 금리 인상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엔화가 달러 대비 10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자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해 “특별한 이견이 없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스미토모 미쓰이 트러스트 애셋 매니지먼트의 이나도메 가쓰토시 수석 전략가는 “일본은행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금리 인상은 엔화 약세를 막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다카이치 총리와 가타야마 재무상 모두 추가 금리 인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은, 1월보다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